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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30. 2024

쉼 없는 마음과 함께 살아가기

쉼의 의미란?

여러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선생님은 참 여러 가지를 하시네요?”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할 일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뿐인데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니야?’ 하고 말이다.


오늘은 두 아이가 감기에 걸려 고열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둘째는 쉬고 싶다며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몸을 추스른다. 하지만 첫째는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는데도 보드게임을 하거나 만들기, 책 읽기, 팽이 돌리기까지 쉬질 않았다. 아내는 “당신이랑 똑같다”며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첫째는 저녁 7시에 지쳐 잠들었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아이를 보니 내 모습이 투영되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플 때는 그냥 누워서 쉬면 좋을 텐데 왜 이럴까?’ 아내의 말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쉰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때는 출근과 퇴근 후 하루가 두 번 시작되는 것 같았다. 퇴근 후 자녀들에게 수학, 한자, 영어, 논술 등 하루 한두 과목씩 약 2시간 수업을 하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다시 각자 정해진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씻고 잠자리에 들면 나는 머그컵에 따뜻한 차를 가득 채워 다시 식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과 경제 상황을 살피고 글을 작성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과거에는 커피에 빠져 로스팅 도구를 직접 만들어 커피를 주기적으로 로스팅했다. 한때는 아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어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판매도 해보았다. ‘왜 이렇게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는 걸까?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이 특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1. 도파민의 결핍

ADHD를 가진 나와 첫째의 뇌는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나타나 끊임없이 보상을 위한 자극을 추구한다. 그래서 쉽게 지루해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예전에 병원에서 매일 똑같은 치료를 하며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지금은 학교에서 새로운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며 지루할 틈 없이 활기를 느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나의 열정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내면에는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갈망이 깔려 있다. 글을 쓰다가도 마무리하기 전까지 멈추질 못하는 ‘강박’ 또한 도파민 결핍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2.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늘 어려웠다. ‘내가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나를 다그친다. 이는 뇌 속 노르에피네프린이 각성과 집중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ADHD가 있는 사람은 과몰입을 하기 쉽고 반대로 일을 끝내고 쉬려 할 때는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쉰다는 것조차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3. 전두엽의 자극 요구

전두엽은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ADHD가 있는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단순히 쉬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불충분한 자극으로 느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내가 ‘그만하라’는 말을 들어도 전두엽은 새로운 생각이나 과제를 떠올리며 활동을 요구한다.

결국 ADHD를 가진 나와 첫째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뇌의 집중을 요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자극적인 활동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나는 ADHD 진단을 통해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낮에는 눈을 감고 잠시 눕거나 평화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자연을 바라보며 걷기도 한다. 저녁에는 창밖의 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런 시간을 나 스스로에게 허락함으로써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더는 바쁘게만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나와 타인이 공존하는 느린 삶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첫째 아이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까? 내가 아이에게 '쉬는 법'을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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