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을 처방받을 시기가 되어 병원을 찾았다. 원장님은 콘서타가 현재 우리나라 약국에 없다고 했다. 특히 콘서타 18mg과 27mg 용량은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용량은 주로 몸무게가 낮은 초등 저학년 어린이나 처음 약을 복용하는 성인에게 처방되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콘서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얀센에서 제조하는 콘서타는 출시된 지 10년이 지나 복제약이 나올 때도 되었지만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아직 복제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신과 약품 특성상 생산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고, 정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ADHD 약 처방이 증가했을까? 그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눠 보았다.
첫째 ADHD에 대한 인식 증가
과거에 비해 ADH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예전에는 산만하거나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단순히 "못된 습관이 있다"거나 "노력 부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 교사, 의료진이 ADHD 증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ADHD의 특징과 진단 기준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의 부주의나 과잉 행동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받는 사례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둘째 성인 ADHD 진단 증가
ADHD는 더 이상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인 중 약 3~5%가 ADH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 ADHD를 진단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실수가 잦거나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 지속적인 불안과 충동성 등이 성인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성인 ADHD 진단과 약물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전체 ADHD 약 처방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정확한 진단 도구와 기술의 발달
의료 기술과 심리 평가 도구가 발전하면서 ADHD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뇌 기능 검사나 인지 기능 테스트를 통해 ADHD의 유형과 정도를 보다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진단 기준인 DSM-5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널리 사용되면서 진단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강화되었다. 의료진은 이러한 도구를 활용해 이전보다 더 정확하게 ADHD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약물 처방 증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특히 경미한 증상이나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넷째 ADHD 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약물 치료가 ADHD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약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과 약물에 대한 편견이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ADHD 약물이 학습 능력과 사회적 기능을 개선한다는 사례가 많이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약물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거나 성인 환자들이 직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약물 치료를 선택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다섯째 학업 및 직장 스트레스 증가
현대 사회는 학업 경쟁과 직장 내 기대치가 매우 높다. 학생들은 입시와 성적 압박에 시달리고 직장인들은 업무 성과와 승진 경쟁에 내몰린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ADHD 증상을 악화시키고, 집중력 저하나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학교나 직장에서의 실패 경험이 누적되면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ADHD 약물을 통해 집중력과 작업 능률이 개선되면 학업과 업무에서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러한 선택을 촉진하고 있다.
여섯째 환경적 및 사회적 요인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과 정보 과부하가 ADHD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과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알림과 새로운 정보에 노출된다. 이런 환경은 주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산만함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수면 부족, 도시 생활의 소음과 번잡함도 ADHD 증상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이 ADHD 진단과 치료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들이 얽혀 ADHD 약물 처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나는 ADHD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균형 잡힌 치료 접근이 필요하고 오남용이 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