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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에서 호이안 숙소로

가족과 떠난 느린 시간들(18화)

by 몽쉐르

다낭 도착과 한시장 방문


다낭에 도착한 우리는 한시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이미 호이안 에어비앤비를 3박 4일로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한시장에서 필요한 식료품과 물건을 미리 장만하기 위해서였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기고 가족들과 함께 한시장으로 향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매년 찾는 단골 가게 사장님들이 나를 기억해 주실까?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미소로 반겨 주시는 식료품 가게 사장님!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시고는 손에 망고젤리와 초콜릿을 한가득 쥐어 주셨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을 상대하실 텐데, 이렇게 얼굴을 기억해 주시다니 감동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한 번 올 때마다 약 300만 동어치의 물건을 사니 기억에 남을 만도 했다.

나는 사장님께 이번에도 다낭을 찾았다고 인사드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들러서 더 구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장님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환영해 주셨다.


부모님의 아오자이 맞추기

이번에 한시장에 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의 아오자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호이안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한층 멋스러울 것 같았다.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의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처럼, 베트남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기회였다.

오랜 단골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사장님께서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역시나 아이들을 유독 예뻐하셨다. 부모님께 아오자이를 맞추자고 권했지만,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셨다. "굳이 안 입어도 된다"며 조심스러워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도 다 추억이고 기념이에요"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아내도 "가격도 저렴하니 맞춰서 함께 사진 찍어요"라고 거들었다. 아이들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옷 사요!"라고 응원 사격을 해주니 부모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엄마는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이 부담스럽다고 걱정하셨지만, 사장님께서 "넉넉하게"라며 한국말을 하시며 친절하게 줄자를 꺼내셨다. 결국 부모님은 한 벌당 25만 동에 아오자이를 맞추셨고, 제작 시간은 단 30분! 그동안 우리는 시장을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을 더 구입했다.


한시장에서 잠깐 쇼핑하기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께 필요한 캐리어, 카드지갑, 벨트 등을 샀다. 특히 아빠께 운동화 대신 크록스를 사시라고 추천했지만,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하지만 가격을 듣고는 "그럼 하나 살까?" 하시며 결국 구입! 평소 필요 없다고 하시던 아빠가 가격이 마음에 드셨는지 만족스러워하시는 모습이 귀여웠다.

드디어 30분이 지나 아오자이를 찾으러 갔다. 엄마는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막상 입어보시고는 생각보다 편안하다며 흡족해하셨다.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활짝 웃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트에서 장보기


이제 본격적으로 호이안에서 해 먹을 음식을 사기 위해 큰 마트로 향했다. 쌀, 김치, 물, 고기, 라면, 식용유, 야채, 수박, 맥주 등 필요한 것들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신라면 큰 버전도 팔고 있었다. 아이들은 한 번씩 들어보겠다고 난리였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햄버거(2만 5천 동)와 반미(1만 5천 동)를 사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마트에서의 쇼핑은 가히 신세계였다. 24인치 캐리어는 꽉 차고도 모자라 손에도 한가득 들 정도로 샀는데, 총가격이 약 120만 동(한화 약 6만 8천 원)에 불과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저렴했다. 엄마도 "이 정도 물가면 베트남에서 살아도 괜찮겠네!"라며 감탄하셨다. 한국에서는 가격을 비교하며 저렴한 물건을 고르지만, 여기서는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필요한 걸 마음껏 살 수 있어 마치 부자가 된 것 같았다.


호이안으로 이동


마트에서 나와 가족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나는 현금을 찾기 위해 ATM기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어도 막상 가보면 없는 경우가 많아 결국 실패했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아 살짝 불안했지만, 당장 필요한 돈은 있었기에 '괜찮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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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12시에 불러둔 16인승 차량을 기다렸다. 작년에 이용했던 기사님께 7인승 차량을 예약하려 했으나 70만 동을 요구하셨고, 16인승 차량은 오히려 50만 동으로 더 저렴했다. 그래서 바로 16인승으로 변경! 여섯 가족이 널찍한 차에 타니 매우 쾌적했다. 차에서 먹으려고 2만 동짜리 망고주스 네 잔을 샀는데, 100% 망고를 얼음과 함께 갈아 만든 주스는 그야말로 진한 맛의 결정체였다.

다낭을 벗어나 호이안으로 가는 길. 어제 호치민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다낭의 여유로운 풍경을 보니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다낭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오래된 호텔들은 리모델링을 마쳤다. 발전해 가는 모습이 멋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복잡해지는 풍경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호이안 숙소 도착

드디어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예약 사이트에서 본 사진 그대로였다. 크고 아름다운 집. 호스트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따뜻한 차를 내어 주며 집 사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엄마는 집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가격을 물어보셨다. 대지 2억 5천만 원, 건물 2억 5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비싸다고 하셨다. 특히 외국인은 땅을 살 수 없고 건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위험해 보였다.

아이들은 2층으로 된 멋진 집을 보며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나도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층에는 거실과 부엌이 있었고, 통창 덕분에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쉬운 점은 날씨가 다소 쌀쌀해 마당의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3박 4일 동안 이곳에서의 시간이 기대됐다. 아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궁금했지만, 이 멋진 공간이 주는 설렘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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