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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Feb 08. 2024

허준이 서울대 졸업식 & 솔로지옥 이관희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

 나도 22년 8월 그 자리에 있었다. 코로나 종식 후 처음 치러진 73동 대면 졸업식에,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가 연사로 왔다. 졸업식 축사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maily.so/remem/posts/23ddb193


대목 하나하나가 곱씹을 가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래 구절을 꼽고 싶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첫문장은 남들의 가치체계에 부응하느라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말길 바란다, 즉 의미의 폭력에 굴하지 마라는 뜻이다. 두번째 문장에 나열한 감정들은 어찌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있음을 체감하게 해주는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준이는 단기적인 감정에 급급하는 것보다 자신의 비전을 찾은 후 그 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그저 정진한다면 과정에서도 결과에서도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즉 무의미의 폭력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혹자는 네가 필즈상을 탔기 때문에 여유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greedy함(의미든 무의미든)을 내려놓고 불확실한 미래에 초연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대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건가 싶다.


 박태영이라는 스타트업 대표가 말했다. 쾌락과 고통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쾌락과 만족감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 커뮤 하는 것보단 테니스 치는 게 즐겁고, 테니스 치는 것보다 자기 주 업에 몰입하는 게 더 뿌듯하게 마련이다.

출처: 솔로지옥3, 미건tv


 사실 나는 하트시그널1 외 다른 연애 프로그램을 안 봤긴 한데, 미건tv가 분석한 이관희 역시 단기적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알파메일이다. 혹자는 이관희가 나이값 못하고 가벼운 남자라고 비난하지만, 당사자인 남자들에게 윌 스미스로 살지 이관희로 살지 물어보면 100에 99는 이관희를 택할 것이다. 


 이관희가 단기적인 결과에 초연할 수 있는 2가지 이유는 잠자리나 연애 자체보다도 여자를 꼬시는 과정 자체를 게임으로 즐기기 때문이요(미건tv 생각), 애초에 본인이 인기 있다는 사실에 한 치의 의심도 안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평판과 자기인식은 별개이므로 여자에게서 호감 신호가 안 나오면 needy한 남자 취급을 당하기 전에 빠르게 철수한다고 미건tv는 분석한다.


 게다가 이관희는 마주하는 여자에게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대한다고 평을 받는다. 그야말로 현재에 충실한 남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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