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장의도 회복탄력성이 강했다

화이트칼라는 운동을 하거나 시야를 넓혀야 하는 이유

by 반골


전국시대 소진과 장의는 각각 합종책과 연횡책을 주도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재상이다. '종횡가'라는 고유명사의 기원이 바로 이들이다. 이 둘은 같은 스승 슬하에서 학문했으나 소진의 전성기가 15년 정도 일렀다고 한다.*

소진이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 장의가 어느날 초나라 재상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그가 구슬을 훔쳤다는 누명을 써 매질을 당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장의의 아내가 그를 보고 한탄했다. 그러자 장의가 "내 혓바닥이 아직 붙어있는지 봐주시오"라고 했다. 아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아직 붙어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의가 "그럼 됐소!"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장의가 진나라 재상으로 등용되어 이전에 소진이 짜놓은 합종책 외교질서를 깨뜨리고 연횡책을 실현하여 진나라를 패권국으로 만들었다.

중년의 나이까지 세상을 통달하는 유학 공부만 하다가 속세로 나오자마자 강대국 재상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난 처지 치고는 매우 의연한 삶의 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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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할수록 기대보상이 큰 경향이 있다. 현대에 위험 감수란 머리를 굴려서 남들이 읽지 못한 패턴을 읽어내고 그 패턴을 이용할 공장을 쌓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도전에 실패하면 공장이 한 순간에 불연속적으로 무너져내리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회복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럭저럭 또 살아가다 보면 2번째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다시 일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는 현대 호모 사피엔스가 우울증의 늪에 빠지는 메커니즘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고도로 발달한 지능은 고통을 받는 상황에 처하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즉 원시 수렵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팽팽 돌린다. 그러나 현대는 신체적 위협에서 극도로 자유로워진 반면에, 정신적 중압감을 강하게 받고 갈수록 뛰어난 창의력과 자율성을 요구받는 추세이다.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가, 개중에서도 PM같은 제너럴리스트 직군이 제일 심할 거다.

요컨대 원시시대에는 정신적 건강과 신체적 안전이 커플링된 반면, 문명이 발달하면서 두뇌와 신체가 디커플링되고 정신공격만 일상적으로 받다 보니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증세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뇌가 그 주인인 사람에게 살아날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죽으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뇌 입장에서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곧 '살아나는' 길인데 환자 입장에선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땀 흘리는 운동을 하는 등 신체를 고생시키면 리프레싱이 되기 때문에, 마음이 건강한 화이트칼라들도 시간 내서 운동을 하는 게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 좋다. 반면에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는 일상을 유지하다가 이따금 그 본업에서 난관에 봉착하면, 그 상황에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 전체로 보면 한순간에 불과한 위기인데.

둘째로, 현재 몸담은 분야와 동떨어진 세상들을 관찰하는 게 회복탄력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패하면 성이 불연속적으로 붕괴하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새로운 성을 어디 가서 쌓아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사람의 정신이 공격받는다. 그런데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전국시대 장의처럼 신체와 두뇌만 멀쩡하다면 뜬금없는 분야에서 재기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다방면에 지식이 있으면 세상이 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외에도 더 남아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 진 시황제 분서갱유 때문에 사료가 제대로 남지 않아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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