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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Apr 28. 2024

민희진-방시혁 분쟁에 세대갈등을 투영하는 건 몰이해이다

커뮤 2030은 분노만 넘칠뿐, 대안도 없고 피아식별도 안되고 뇌도 없다

 

민희진-하이브 갈등이 어느새 2030 실무자와 4050 관리자 간 세대 대리전으로 와전된 모양새이다. 민희진 이슈가 직장 내 계급갈등과 구조적으로 매우 다름을 짚기에 앞서 전선이 이상하게 번진 원인 1가지를 꼽자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민희진을 비판하는 논조로 방송을 하여 소위 '영포티' 상당수가 하이브 편을 들면서 2030 세대가 더더욱 민희진 쪽으로 몰려간 것을 들 수 있다.


23년 설날에 PK에 내려갔을 때 고모부 중 한 분이 내게 뜬금없이 "김어준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않냐"라고 말했다. 내 또래들은 대부분 김어준의 영향력을 체감하지 못할텐데, 아직도 김보름 선수를 악마화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윗세대에 대한 김어준의 장악력은 강력하다. 요컨대 90년대생이었다면 김어준을 개인적으로 지지하더라도 어디 가서 언급할 생각은 못하는 반면 70년대생 사이에선 전혀 다른 기류라는 의미이다.

민희진에게 페미 프레임 씌우던 놈들, 민-방 갈등을 세대갈등으로 확장하는 자들에 대한 일갈


그러나 민희진-방시혁 갈등을 '2030 실무자가 퍼포먼스를 내놨더니 4050 관리자가 이익을 가로채고 군림하는' 구도로 치환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아무리 영포티가 2030 대하는 태도와 방시혁이 민희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선 4050세대가 노동시장을 과점하는 건 한국 기업이 사실상 공무원 조직처럼 연공서열의 지배를 받고, 원래도 노동자 우위였던 노동법 판례가 7년 전부터 더 기울어지니 인사적체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해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됨에 따라 오너/경영진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레 HR팀과 중간관리자의 입김이 세졌다. 이는 40대들이 "한국에서 고용유연화를 하면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중년층이 우위를 점하고 사회초년생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블러핑을 할 때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반면 방시혁이 민희진을 담그는 건 어디까지나 최대주주 하이브와 그로부터 지분 20%를 받은 뛰어난 경영인, 즉 자산가끼리의 알력다툼이다.

40대가 좌경화하고 2030이 비교적 친기업-우경화한 건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의 단물을 많이 빠느냐 못빠느냐와 직결되는 성향 차이이고, 2030은 누구보다도 한국의 시장 질서와 상업윤리가 바로서기를 빌어야 하는 세대이다. 그런 점에서 방시혁과 민희진 두 자본가 중에 누가 더 시장의 규율을 어겼는지를 따져야 할 문제인데, 어설픈 유비(類比) 능력으로 뭔가 방시혁은 중간관리자와 겹쳐보이고 민희진은 뭔가 뛰어난 실무자랑 겹쳐보이니 그 ^공감능력^에 입각하여 화력을 발산하는 걸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도대체 이놈들이 그동안 무슨 자격으로 여초사이트를 욕했나 자괴감이 든다.


만약 나중에 민희진 쪽이 더 책임이 큰 걸로 밝혀짐에도 방시혁과 하이브의 대중적 이미지가 비가역적으로 훼손되는 결말이 된다면, 누가 앞으로 방시혁처럼 통 크게 지분을 내놓을까? 노예계약 운운하는 헛소리 하던데 수백억 규모의 거래를 할 때 변호사 안 끼고 계약서 쓰는 멍청이는 없다. 만약 저런 결말이 되면 한국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규모가 소폭이나마 위축되지 않을까? 그럼 결국 고용시장 경색-2030의 재앙으로 이어진다.


이틀 전까지 민희진에게 '페미니스트 특유의 책임/의무 회피 및 권리만 요구' 프레임을 씌우던 작자들이나 조악한 세대론을 씌우는 놈들이나 자강두천이다.


이준석이 당선한 동탄 화성을은 국내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이다

커뮤 2030에게 분노만 넘칠뿐 대안도 없고 뇌가 없는 건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고, 구심점이 없는 건 정치적으로 유기됐기 때문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이 조선일보에서 이준석 동탄 당선은 강남과 한강벨트 집값 폭등에 밀려난 경기도 신도시 2030의 불만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이 우리편일진 아직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강성노조와 집값 폭등을 부추기고 국민의힘은 은퇴한 노인들 종부세나 깎아주는 정당이니까 제3세력을 밀어줘서 새로운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도모한다는 의의가 있다.


문제는 2030의 여과되지 않은 열망을 실현하는 게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52시간제 약화를 반대하니 보나마나 고용유연화도 반대할텐데, 고용유연화를 안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연공서열과 인사적체만 깔끔하게 도려내어 40대만 쓸어버리는 게 지금 영포티 영포티 노래 부르는 놈들의 말초적 요구사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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