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골 Feb 25. 2024

자존감과 자존심의 구체적 양상

인간관계 위험 분산의 중요성

 자존감과 자존심 모두 자신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그러나 타인이 자신의 존엄을 몰라주는 상황에서 그 차이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는 무림의 고수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가지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았든 문학작품을 보면서 로망이 생겼든. 자기PR에 능한 중고수보다는 고고한 무림고수가 좀더 고결해 보이는 낭만 같은 게 좀 있죠. 대가, 장인 스러운 능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소통과 설득 능력이 그에 못미치는 게 이런 미스매칭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기엔 내가 참 대단하고 괜찮은 사람인데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내가 말할 때 듣는 내 목소리와 타인이 듣는 내 목소리가 다르며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이 다른 것처럼, 나에 대해 오랫동안 잘 알던 내 자신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오해할 경우 다소간에 억울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자신을 입증하거나 그 타인의 안목을 저평가하는 식으로 그런 일종의 억울함을 해소합니다.
 반면에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웬만한 겨우 타인의 악평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 자체로 입증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 글이 끝나버리면 양산형 자기계발서와 다를 게 없어집니다. 그러니 위 definition이 과연 현실에 얼마나 들어맞는지, 그 전제 조건이 뭔지 좀더 다뤄보려 합니다.

 만약 자신이 심적으로 교류하는 지인 집단이 특정 pool에 쏠려 있다면, 그 집단의 누군가가 자기를 오해하여 다소 나쁘게 생각할 때 마냥 쿨하기 어렵습니다. 그 풀 내의 다른 인간관계도 껄끄러워지기 때문에 나 혼자 괜찮다~ 하는 건 정신승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찰하기로는 특정 닫힌사회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가지를 뻗어놓는 헷징(hedging)을 하는 사람들이 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했었습니다. 과거 많은 전업주부 어머님들은 가정 내 관계에 과하게 휘둘리시는 감이 있었고, 그외에도 특정 집단에만 정서적으로 헌신하던 사람은 그 집단 내 관계가 삐그덕할 때 심적 관리가 더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직장상사가 자신을 악평한다면 위에서 말한 자존감이 만땅이라고 마냥 괜찮을까요? 사회생활에서 자신에게 갑이 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도 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는 달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재산 수준에 비해 소득수준이 미미한 상황에서 직장상사가 갑이라고 할 순 없죠.

  결론을 내면 자존감은 인생 헷징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있어 특정 타인이 가지는 비중이 과하게 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게 자존감의 전제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회고]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걸 여전히 두려워하는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