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ium
Veritasium 영상을 한국어로 번역한 건 아래 링크의 스테이지5 영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ScI0LyDJts
"달이 차면 기운다"라는 옛 속담, 이 말이 어느 정도 함의하는 대수의 법칙과 중용의 미덕을 마치 세상 만고불변의 진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동전던지기같은 정규분포의 대표적인 특징이 평균에 가까운 구간이 전체의 면적을 과점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멱법칙 분포를 띠는 전쟁사망자, 산불/지진에 의한 피해, 주가폭락에 의한 피해, 성공한 스타트업 투자로 얻는 투자자들의 수익금 등등은 낮은 확률을 통과한 일부가 그 외 나머지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때문에 헨리 키신저가 강대국 간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베트남전쟁같은 대리전에 인명을 소모하는 걸 합리화하였고, 적당한 수준의 산불을 각국 정부들이 적당히 내버려두는 편이며, 적당한 긴축과 하락을 오히려 건전한 조정으로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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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to one>에서 피터 틸이 점차 특정 섹터와 기업이 더 많은 자본과 역할을 과점하리라고 전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물론 인터넷과 AI가 발전하면서 다수 사람들의 소득과 사회의 풍요가 조금씩 높아져왔지만 빅테크에 자산이 집중되는 흐름 역시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무모한 투자로 보이는 미국 VC들의 투자가 결국 1~2개의 원석을 잘 발견한 덕에 막대한 수익률로 돌아오는 것 역시도, 지난 수십년 간 스타트업 씬의 일부 슈퍼스타 플레이어들이 비가역적으로 시장을 바꿔버리는 멱급수적 성장을 해왔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영상이 주는 시사점이, 복권이나 카지노처럼 기대값이 원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하거나 멱법칙 게임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멱법칙 게임으로 옮긴 후에는 한번에 모든 자원이 걸지 말고 반복시행을 충분히 하다 보면 매우 큰 기대값(이론적으론 무한이지만)이 도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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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무엇이 멱법칙게임인가'와 '반복시행의 기회가 실제로 얼마나 주어지는가'입니다. 첫째로, 급등주를 적당한 소액으로 타 봐서 알지만 실제로 차세대 산업을 내가 미리 읽어내서 하는 투자와 아닌 투자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걸 알고 하는 투자의 경우 멱법칙 게임에 가까운 유리한 싸움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닐 경우 대수의 법칙을 따르는 불리한 게임을 하기 십상입니다.
둘째로 스타트업 씬의 창업가와 노동자도 멱법칙 게임을 하고 있긴 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재창업, 이직의 기회가 제한되어 어찌 보면 VC에 비해 훨씬 극단적인 멱급수가 강제되는 구조입니다. 성공한다면 내가 직접 돈을 많이 쏟아붓지도 않은 산업에서 막대한 부를 얻는 반면 실패한다면 다시 시도할 기회가 기껏해야 한 자리 수입니다.
셋째로 과거 수십 년을 백트래킹하면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씬의 일부 슈퍼스타 플레이어들이 다른 분야를 잡아먹는 수준으로 고성장했지만, 내가 투자하거나 일할 당장의 십수 년이 그런 황금기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시기를 잘 타지 못하면 우리는 그저 선망받는 일자리를 박차고 불리한 게임을 하는 바보로 끝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번 글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채 마무리하는 형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