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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어진 줄 알았는데 내가 남아있으면
비루함 견디기 힘들다.
죽음이 산파한 몸 허물로 태어나
무덤 없는 핑계 달고 또 살아야 한다.
닿지 않는 햇살 따라 이른 데
어머니 아끼는 커튼 흔들리고
아이들 소리 터진 살 위에 무겁게 앉는다.
소리에 매여 있었다.
밤낮 성내고 애원하고 탓하는 내 이름 듣다
뜬 눈 가득 찬 커튼 쥔 적 없는 치맛자락
어머니.
살아야 할 이유에 반나절 내 키만큼 기어갔다.
녹슨 수돗물이 사람에게 없던 힘
그렇게 솟아나게 하는지 몰랐다.
거꾸로 난 사람에게 독수도 약수다.
미끌거리는 온몸 쓰린 고통 생을 방증했고
창 찌르는 소인들 성화에 거인처럼 굳은 몸 일으켰다.
시련은 작은 우산 되어 겨울이 쌓인다.
여전히 소리에 매여 있었다.
그래 밤낮 불러라.
나는 화나 있었고 더 잘 살고 싶었다.
손발 묶여도 기어 구했던 삶 걸어서 몸부림친다.
마주한 박물관 덩굴 한 줄기도 끊겨
멀리서 다시 시작한다.
어디서 이어졌는지 저기 다른 싹 튼 건지
까닭에 꼬리 물다 닿은 생각이.
사는 것에 선택은 없다.
고르지 못한 어디든 피어나면 뿌리내려 뻗는 게 덩굴이고
걷고 다루고 정해 굴러 굴러 살길 찾아서 사람이다.
섭리를 보다 소리 매듭 풀린 걸 알았다.
눈 내리는 고요 단둘이 겨울 숨에 이름 묻다
비로소 내 소리 찾았다.
옷깃 숨어 도는 내 숨소리.
겨울 숨소리 살아서 아문 살에 닿아 녹는다.
어울릴 선율 기다리며 묵묵히 울린 생의 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