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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Sep 19. 2023

몰몬의 성지, 솔트레이크 시티

신에게 선택받은 땅

혹시 2002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가 되어 한일 월드컵을 즐기셨나요? 안정환 선수의 4강 골든 골에 생판 모르는 사람과 팡파르 울려 퍼지는 거리에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구요? 우리에겐 월드컵에 가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2002년에는 또 하나의 스포츠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 그 시절 우리에게 안정환이 있었듯,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미국에겐 전설의 피겨 스테이터 미셸콴이 있었는데요. 그녀의 환상적인 연기를 보기 위해 미국 전역과 전 세계의 이목이 낯선 이름의 도시에 처음으로 집중되던 순간이었죠.


그랜드 아메리카 | Grand America

위치: 555 Main St, Salt Lake City, UT 84111, United States

특징: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개최를 위해 건축된 5성급 호텔, 애프터눈 티, 샹젤리에


솔트레이크 시티엔 올림픽과 관련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도시는 5성급 호텔이 있어야 한다는 ISU(국제빙상연맹)의 규정이 있었는데, 솔트레이크 시티는 그 정도 규모의 호텔 하나 없는 촌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열과 성을 다해 지은 호텔 그랜드 아메리카.

그랜드 아메리카는 제가 미국 승무원으로 돌아다닌 그 어떤 호텔보다 화려하고 웅장합니다. 저에겐 미국 호텔 원톱인데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호텔 내부 천장 도처에 달려있는 샹들리에입니다. 샹들리에 하나에만 수십 개의 크리스털, 유리, 전등이 달려있는데요.

호텔 내부에는 은은한 하프가 연주되고 있고, 1층에는 솔트레이크 부유층의 사교의 장으로 유명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가 매일 열린답니다. 1800년대 영국 왕실과 부유층의 차 문화를 그대로 구현한 곳으로 사전 예약은 필수인 곳이죠.


그랜드 아메리카 애프터눈 티 | Grand America Afternoon Tea

예약: https://www.grandamerica.com/dining/afternoon-tea/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 Great Salt Lake

위치: 13312 W 1075 S, Magna, UT 84044, United States

특징: 솔트레이크 시티의 나일강, 몰몬교 성지, 야생 버펄로 서식지


땅덩어리가 한국의 약 99배가 되는 미국은 지역색이 굉장히 독특하기로 유명한데요. 개중 어떤 지역은 아예 다른 나라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하답니다. 솔트레이크 시티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솔트레이크 시티는 말 그대로 거대한 소금(Salt)으로 된 호수(Lake) 옆에 지어진 도시(City)라는 뜻이에요. 몰몬교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 주니어가 신의 계시를 받고 정착한 땅입니다.


몰몬이 뭐냐구요? 몰몬(Mormon)이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창시된 몰몬교(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를 믿는 종교 집단으로 당시 미국으로 이민이 한창이던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에서 퍼져나가다 인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인이 유대 계열뿐만 아니라 유대교를 믿는 모든 사람을 포함하듯, 몰몬은 인종을 넘어선 종교적 공동체로 진화했습니다.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는 특유의 유황 냄새와 들끓는 벌레가 아이코닉한 도시 제1의 명소인데요. 몰몬교도들에게 생명줄과 같았던 이 거대 호수. 현재에는 급속도로 메말라가고 있으며 수년간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라는 관측 결과가 있어 도시에서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는 야생 버펄로 서식지로 유명합니다. 석양이 지는 평원에서 풀을 뜯던 버펄로를 바로 옆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란...


유타 주청사 | Utah State Capitol

위치: 350 State St, Salt Lake City, UT 84103, United States

운영시간: 오전 7시 ~ 오후 9시


솔트레이크 시티 제3의 명소는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유타 주정부청사입니다. 몰몬의, 몰몬에 의해, 몰몬을 위해 지어진 곳으로 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어떻게 솔트레이크 시티에 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박물관이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기독교인들에 의해 창립된 나라인데요. 이곳에서 삼위일체를 믿지 않고 자신들만의 교리를 가진 몰몬교가 설자리는 없었습니다. 또 이들은 일부다처제(Polygamy), 다산(多産), 금주, 해외순방 등 주류 문화에 반하는 종교적 관습으로 유명한데요. 이렇게 기독교인들에 의해 미국 전역에서 박해를 받던 몰몬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헤맸고, 도피 끝에 조던 강이 흐르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다달아 정착하게 된 것이죠. 이곳에 뿌리를 내린 후에도 타주의 기독교인들은 몰몬들이 미국 정치에 관여한다는 등 핍박을 했지만, 이러한 견제가 오히려 이들 커뮤니티를 더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다처제를 통해 여성 임신율을 높이고 한 여성이 아이를 평균적으로 네다섯 명은 기본으로 낳는 등, 인구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며 현재 미국 내 세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솔트레이크시티 비행엔 한 남자 손을 두 여자가 잡고 있다던가, 한 부모가 7-8명의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다소 파격적인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요.


또 일생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외국선교순례를 통해 전도 활동도 활발히 합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으로 선도하러 가는 몰몬교도들도 많이 보이구요. 곧 솔트레이크-인천 직항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이겠죠?

유타 주정부청사는 입법기관답게 실제 주의원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도 샹들리에 저기도 샹들리에. 솔트레이크 시티의 샹들리에 사랑은 과연 어디까지인가요...?



템플 스퀘어 | Temple Square

위치: 50 North Temple, Salt Lake City, UT 84150, United States

특징: 무료 몰몬 종교, 역사 1대 1 투어


다음은 템플 스퀘어로 가볼까요? 이곳은 몰몬교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몰몬 교도들이 실제로 예배, 기도, 의식을 하는 곳인데요. 이곳에서도 포교 활동을 “투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즉석 해서 예약하면 10~20분 내에 선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몰몬교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곳은 몰몬 대성당인데요. 종교적 신앙과 가정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예배당. 음악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에요. 위의 사진은 아버지가 올망졸망한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 주님이 그냥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게 아니야...”라고 성경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찍은 것인데요. 종교, 다산, 가정으로 대표되는 유타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이 아닐까 생각해요.


엔사인 피크 | Ensign Peak

위치: Salt Lake City, UT 84103, United States

특징: 도시와 돌산이 내려다 보이는 뷰스폿, 30분 ~ 1시간 가량의 가벼운 등산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엔사인 피크 역시 몰몬의 작품입니다. 1847년 몰몬교 교주가 이 땅의 랜드마크 가능성을 알아보고 기록을 한 후 100년 뒤인 1997년에 공식적으로 완성되었는데요.

30분가량의 산행을 하면 솔트레이크 시티의 황무지가 그대로 들어오는 정상이 나옵니다. 고산 지대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솔트레이크 시티는 공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종종 대기 오염이 있는데요. 엔사인 파크 정상에서는 언제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뷰는 정말 환상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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