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한다 - 친절한 나의 변

- 작은 것에서 많은 것들을 본다. 오순택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by 가을에 내리는 눈

내가 나의 몸에 대해 고마워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역시 쾌변이다. 평생 그랬다. 그것을 위한 알람을 따로 맞추어놓은 것도 아니건만 매일 아침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신호를 보내고 그렇게 나를 가볍게 한다. 하루의 시작이 그래서 언제나 좋았다.


지난 해 아들 녀석 집에 갔더니 그 녀석도 나의 그런 행동 습관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때 본 것들의 생생한 기억을 포함해서. 몇 가지 작은 노우하우까지. 자기도 그런 배변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며 좋아했다.


그러던 나의 몸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와서 크게 흔들렸다. 위기였다. 3주 정도 고생을 했다. 평생 처음 겪는 힘든 순간이었다. 결국은 극복을 했다. 이번에도 고마운 나의 몸은 나를 도와주었고 그렇게 살려주었다. 더욱 조심한다, 방심하지 않는다. '있을 때 잘 하려고' 노력한다. 없어보니 그 큰 아쉬움을 알겠더라.


얼굴의 색깔, 안색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의 몇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상황이 많다, 그저 나의 주관적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안타깝게도 어떤 질환이 있는 경우, 그것이 아니면 다음의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었다. 담배를 지독하게 많이 피는 사람 혹은 배변 활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 아이들의 얼굴을 보라, 그 티없이 맑은 혈색. 우리들의 일반적인 기준으로 잘 생기고 못 생기고는 또 다른 이슈다. 피부 미인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여자고 남자고 마찬가지다. 혈색이 좋고 피부가 맑게 윤기 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슴 속 탁한 것들이 다 사라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 속 내가 경험한 것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 참으로 중요한 이슈이니까! 이번의 위기를 넘기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 어디에 보면 이미 그 옛날 궁에는 임금님의 변을 살피고 검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담당하는 아예 정해놓은 담당관이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뭐 그런 걸? 역시 나랏님이 좋기는 좋구먼, 그런 궂은 일을 담당하며 녹을 받는 관리가 다 있다니! 어휴, 고역이었겠구먼 그 사람?


아니, 그렇게 고역스러운 일은 아니다. 내가 해보니 그렇다. 주워들은 작은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성실한 관찰과 아마츄어로서의 원론적 진단, 그런 의미있는 행동이다. 꼭 해야만 하는 일상 속 습관이라 말해도 좋겠다. 냄새? 번거로움? 격 떨어지는 일? 임금님처럼 누군가를 대신 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우리네 작금의 현실이?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한다, 나를 위해 직접.


그 분야 전문의를 대신해서 오늘 내가 수행하는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더 뿌듯할까? 아무튼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하나, 나의 경우에는 일정한 때에 변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습관이 된다. 나의 몸은 그 리듬과 주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그렇게 해야 시작이 제대로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찝찝하고,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내게는 하루의 시작을 배변과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둘, 절대 변기에 오래는 앉아있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여의치 않으면 그냥 미련없이 일어난다. 다음 기회 다음번 신호를 기다린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다리는 신호는 곧 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나 아니면 하는 중에, 그것도 아니면 아침 산책을 하고 와서. 절대 서두르거나 미련을 가지고 앉아있는 일은 피한다. 우리 몸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런 상황으로 내가 내 몸을 마구 밀고 가면.


셋, 필요한 양은 꼭 먹어야 한다. 인풋이 있어야 비로소 아웃풋이 있다. 글을 써도 마찬가지다. 주제를 정하고 제목을 정하고 대략의 흐름을 정하고, 그렇게 조금씩 머릿속을 채워나가야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비로소 글의 틀이 잡힌다.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양이 절대적으로 적으면 배변에 문제가 있었다, 내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배변을 위해서라도 꼭 어느 정도는 먹으려 한다, 칼로리와는 또 다른 문제다.


넷, 물을 많이 먹는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양의 물을 꼭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와서 놓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고산지대라서 평소 마시는 물의 양보다 조금 더 마셔야 하는 것을 몰랐다. 탈이 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이내 수정했다.


다섯, 과거 나의 장이 특히나 민감하게 반응했던 음식들은 피한다, 꼭 피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곶감을 먹지 않는다. 대봉시같은 그 맛있는 감도 먹지 않는다. 맛은 있으나 탄닌 성분이 유난히 많다고 들었다. 레드 와인과는 다른 성질의 문제다. 가을철에 나는 그냥 작고 평범한 홍시를 즐겨 먹었다. 그것은 괜찮았다. 커피는 원래 마시지 않는다. 탄산음료 또한 마시지 않는다.


여섯, 요즘은 섬유소를 섭취하려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양배추를 사다가 삶아 매끼 조금씩 먹는다. 청경채도 함께 넣는다. 처음에는 된장을 조금 풀어서 맑은 국처럼 먹다가 쉽게 변질되는 것을 알고는 그냥 맹물에 끓인다. 맹맹한 맛, 그저 약이다 생각하고 무념무상 그리 잘 씹는다, 나의 장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곱, 사과는 아주 오랜 기간 내가 주식처럼 먹고 있는 과일이다. 배변에도 물론 좋고 나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사과 먹는 행위 자체를 나는 즐긴다. 호두도 꾸준히 먹는다. 지금 있는 이곳은 캐슈넛의 산지다. 그런데 뭐 그리 싸지는 않다. 오히려 코스트코 있는 나라에서 사 먹는 캐슈넛이 훨씬 더 좋은 품질에 가격도 좋다. 그런데 이곳에는 호두가 없다. 아예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가끔 있어도 질도 나쁘고 값은 어마무시 비싸다. 이곳에도 해외직구 서비스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채널을 통해 거의 코스트코 가격의 두 배를 주고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 호두를 사 먹는다. 비싸도 품질은 아주 좋다. 다른 선택지도 내게는 없다.


여덟, 감자를 삶아서 매끼 먹는다. 이곳은 자색 고구마가 싸고 좋아서 그것도 삶아서 먹는다. 토마토를 올리브 오일에 잘 익히고 껍질을 벗긴 후 계란 두 개를 넣고 묽은 스크램블을 해 먹는다. 맛있다, 물론 장과 몸에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늘 잡곡밥을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은 아예 힘들다.

아홉, 아침과 저녁 꼭 산책을 한다. 내 경우 이 충분한 산책이 원활한 배변 활동과 직결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거의 빼먹지 않고 걷는다. 멀리 큰 마트에 가는 날은 그것이 아침 산책을 대신한다. 왕복 한 시간 가량의 거리니까. 산책은 내게 많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산책하며 묵상을 하고 산책하며 글의 단초들을 떠올린다. 산책하며 머릿속으로 글을 쓴다, 아주 잘 써진다. 집에 와서는 그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문자로 옮기면 되는 일이다. 산책은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힘들다는 생각도 아쉽다는 생각도, 살짝 밀려오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도 산책은 걷어가준다. 고마운 일이다.


배변 후 변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그 냄새. 변이 향기로울 수는 없지만 지독하게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이번에 나는 얻었다. 그 색깔, 아주 중요했다 내게는. 황금색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아무튼 기분 좋게 누런 그런 색이 나는 좋았다. 변의 모양, 정말 중요했다 내게는. 거의 일체를 이루는 그 자연스러운 모양, 특히 끝부분! 그래야 쾌변의 느낌이 확 다가온다 내게는. 묽기 혹은 그 단단함의 정도도 나는 신경을 쓴다. 다른 이상한 것들이 묻어 나오는 것은 아닌가도 유심히 살핀다 나는. 그래서 지금의 충분히 밝은 화장실이 좋다.


이런 내게도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때가 온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한 후이다. 꼭 처음 한 번은 고생을 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늘 대비한다, 아니 각오를 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우선 움직이는 절대적 시간이 줄어든다. 꼼짝 못하고 좁은 좌석에 앉아 열 시간 이상을 간다. 산책은 물론 없고. 먹는 음식의 문제도 있다. 갑자기 기름진 것들을 많이 먹게 된다. 와인을 조금 많이 마신다. 반면에 물은 충분히 마실 기회가 아무래도 크게 줄어든다. 한마디로 배변의 적들이 한꺼번에 집중해서 모이는 그들의 집합시간이 된다. 시차의 문제도 있다. 현지에서의 배변 시각이 나의 몸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해결책? 각오를 한다, 준비를 한다, 한 판 붙을 태세로 결연히 임한다. 비행기 안에서 가급적 자주 일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다행히 다른 승객 불편 주지 않고 가벼운 운동 혹은 몸의 움직임을 계속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와인은 그래도 꼭 마신다. 비행 중의 한 잔의 레드 와인, 특히 그 첫 한 모금, 내가 포기할 수는 없는 중요한 의례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려 애를 쓴다, 기를 쓰고 마신다. 치즈는 가급적 조금만 먹으려 노력한다. 해산물식이나 통곡물을 기대할 수 있는 특별식을 미리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아, 코냑이나 위스키같은 독주는 가급적 피한다. 그것도 최근에 한바탕 심한 고생을 한 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인간의 이 어리석음이라니!


노파심에 다시 말씀 드린다. 위에 제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얘기들은 전적으로 저 개인의 주관적 견해임을 강조한다. 저는 아무런 전문적 지식이나 허락받은 라이센스나 이런 것들이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자'이다. 그저 제 개인적 경험을 그야말로 한번 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린 것이다. 제게 이랬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꼭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제게는 좋은 수단이었지만 또 다른 분에게는 아주 나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꼭 기억하시라.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래서 그런 라이센스 받은 전문가분들이 계시는 것 아닌가? 그 오랜 시간 공부하고 힘든 훈련을 계속한 그런 분들이!


이제 두서없는 장황설 끝에 시를 본다. 이 시는 참으로 오늘의 제 '지루한 얘기 늘어놓음'을 짧게 요약하고 멋지게 마무리하는, 저를 위한 구세주다. 제가 드린 얘기가 그 짧은 시 속에 다 들어있다.


아기가 변기에 앉는다, 살짝 긴장한 듯하다/다행히 이내 변을 본다/기분 좋게 떨어지는 청신호의 소리다, 아기도 듣고 엄마도 들었다/아기도 부드러운 그 배변에 만족하는 듯하다/그래서 얼굴에 활짝 맑은 꽃을 피운다/이제 엄마가 임금님 변 담당관으로 등장한다, 소명 의식 속에 자부심 속에 자랑스럽게/먼저 냄새를 확인한다, 만족한다/모양도 살피고 다른 많은 것들을 매의 눈으로 검사한다, 내 귀한 자식의 고마운 변이니까/오늘도 아무 이상 없다, 쾌변이다/크게 만족하는 엄마!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 오순택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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