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과 두오모, 알면 좋을 그 안의 더 많은 얘기들

- 긍정적 호기심, 지혜와 철학, 일신우일신. 유안진 '성모상 앞에서'

by 가을에 내리는 눈

나는 여지껏 그저 밥만 먹고 살았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허망함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뭐 굳이 후회라든가 자괴감이라든가 그런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다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임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도 익히 아니까! 어디 나만 그렇겠나? 이 힘든 세상 살아내야 하는 우리 인간 대부분이 그렇게 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아니 이제라도 좀 다르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깨달음에 오늘 아침 이 글을 쓴다. 이제는 '아니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게 왜 궁금하냐고?' 하는 항변이 더이상 통하지 않음을 나는 아니까. 내가 지금도 정말 '먹고 사느라고' 그리 정신없이 바쁜 것은 아니니까. 나는 그것을 아니까 적어도.


비구름은 왜 늘 저리 검을까? 하늘은 왜 파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긴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그런 것이 궁금하지 않았다. 국민학교 때 그런 걸 선생님에게 물으면 혼이 나던 그런 때도 있었다. 궁금증을 가지니 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게 되었다. 당연 금새 알게 되었다, 비구름이 검은 이유, 그리 두터운 이유, 하늘이 유독 파란색인 이유를.


그래서 그런 비슷한, 선하고 긍정적 동기에 기초한 호기심을 이제는 좀 갖자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내게 그리고 혹 관심 있을 여러분들에게.


최근에 가졌던 궁금함은 이것이었다 - '밤하늘은 왜 어두운 것일까?' 물론 즉시 열심히 찾아보았고 공부했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이해를 얻었다.


30년 전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보았던 노트르담 대성당을 기억한다. 개선문을 닮은 듯한, 조금은 밋밋하고 평범한 모양의 '파사드' (건물의 얼굴 격인 출입구 쪽 건물 외경)가 지금은 그래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나의 추억 속에 남아있다.


'노트르담 (Notre-Dame)'은 '성모 마리아 (Our Lady, 우리들의 귀부인)'를 말한다. 그러니까 노트르담 드 파리는 파리에 있는,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된 대성당 그런 뜻이다. 엊그제 문득, 2019년 대화재로 크게 훼손된 그 대성당은 지금 어찌되었을까? 보수는 끝났나? 재개장은 시작되었나 이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5년에 걸친 대보수를 마치고 (물론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작년에 새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단다. 무려 1조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니 대단하다. 그 돈 모두 세계 각지에서 내놓은 기부금으로 충당되었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놀라게 한다. 인류의 힘이라니! 문화와 예술, 역사와 추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아름다운 덕목이라니!


한 번 다시 가볼 기회는 있으려나, 바람과 기대와 회의가 한데 뒤섞여 이 아침 잠시 묘한 감정을 내게 불러일으킨다. 내부의 신기할 만큼 황홀한 보랏빛의 스테인 글라스 장미창은 꼭 다시 보고 싶다. 나는 노트르담 드 샤르트르의 내부 장미창보다 이곳의 것이 훨씬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말이 이탈리아에도 있다. 대성당, 바로 두오모 (Duomo)다. 반구형 둥근 지붕을 말하는 돔 (dome)의 뜻이지만 지금은 프랑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처럼 그냥 대성당의 뜻으로 쓰인다.


우리가 보고 기억하는 대표적인 것은 바로 피렌체 두오모일 것이다. 원래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그러니까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우리는 그냥 피렌체 두오모라고 부른다. 돔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그 야경이 우리들의 머릿속에 있다. 그 왼쪽으로 사각형의 높이 솟은 종탑이 있다. 건물 자체의 화려함으로는 밀라노 두오모가 피렌치 두오모를 압도한다. '두오모 디 밀라노 (Duomo di Milano)'.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조금 부족하다 - "나 이번에 프랑스에 갔다 왔어. 노트르담 대성당, 멋지더라!" 어디에 있는 것? 파리에? 샤르트르에? 아니면 랭스에 있는 것? 마찬가지로 "야, 이태리 두오모 성당의 야경 정말 멋지더라!" 어디의 두오모? 밀라노 아니면 피렌체?


나폴레옹 이전의 프랑스 황제들은 노트르담 드 랭스에서 대관식을 했는데, 나폴레옹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황제 대관식을 치렀다. 빅토르 위고가 그렇게 반기를 들었던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그것으로 인한 오랜 기간의 망명 생활.


그런데 그런 그가 그 대성당 보존을 위해 유명한 작품을 썼다니!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 우리는 영문으로 번역 소개될 때의 제목 '노트르담의 곱추' (Hunchback of Notre-Dame)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적절한 제목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그저 그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중의 하나일 뿐. 물론 작품에서 그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제목으로 등장하는 것은 오버다. 이렇게 우리는 불필요한 선입견과 '미리 단정 지어버리기'의 희생자가 된다. 우리네 삶에서 많은 경우 그렇다. 슬픈 일이다.


아무튼 빅토르 위고의 그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이 소설을 기점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결국 당국은 기존의 방향을 바꾸어 철거가 아닌 대보수로 돌아섰다. 그렇게 오늘날 그 역사적인 건물은 우리에게 남아있다. 예술가의 힘은 이렇게나 크고 대단하다.


프랑스에 노트르담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몇 개나 있는지, 그걸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프랑스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오직 하나, 파리에 있는 것 그것 하나만은 아니라는 슬쩍 지나가는 기억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본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니까!


그래서 몇 개나 있냐구요? 제가 직접 세어본 것은 당연 아니지만 아무튼 모두 19개 있단다. 그 중 유명한 것이 파리 세느강 옆에 있는 것, 샤르트르에 있는 것 (프랑스 중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85킬로 정도 떨어진 도시. 외르에르루아르주의 주도이고 센강의 지류인 외르 강에 접해 있다), 그리고 랭스 (프랑스 북동부 그랑테스트 지역에 위치한 도시.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13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대관의 도시'라고 불리울 만큼 역대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던 곳. 잉글랜드와의 백년전쟁 후기 잔 다르크가 수복해서 극적으로 샤를 7세의 대관식이 치러진 곳이기도 하다. 샴페인 생산으로도 유명하다)에 있는 대성당이다.


이제 오늘의 시를 본다. 아름다운 시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시이기도 하다. 엄숙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내 삶의 종말 이전에 언젠가, 파리의 노트르담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찾아 한번 정말 간구하는 것 없는 그런 마음으로 내부 장식창을 즐겁게 감상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그렇게 성모 마리아를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만 보는 성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글쎄?


내 인생의 오후, 내 삶의 끝무렵에도 이처럼 아무런 소원이 없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달라고, 그저 없어서 아쉽다고 간구만 하는 그런 구차한 삶이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서, 단지 보고 싶어서 가볍게, 기쁜 마음으로 찾아온 길이면 좋겠구먼!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찾아와 바라만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성모상 앞에서

- 유안진

눈발이 굵은

오후에는

그리워지는 성모님


구하는 것 없이

찾아왔습니다

제 인생의 오후는

오늘처럼 내내

소원이 없게 하소서


아무런 까닭 없이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그 이유만으로


문득문득

찾아와

우러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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