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양, 스토리, 변화와 기회, 손에 쥐기. 송재학 '불가능의 흰색'
올빼미 (아울, owl)를 좋아한다. 호랑이를 좋아하고 북극곰을 좋아한다. 불곰은 너무 사납고 못생겨서 별로다. 한국에서 회색곰이라 부르는 종이다.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한다. 엄청난 덩치, 무엇이든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인해 사람 말고는 천적이 없다. 성질이 엄청 사납다. 이 곰 얘기 하려는 것이 아닌데. 소를 좋아하고 회색늑대를 좋아한다.
테디 베어를 사랑한다. 23년 전쯤 뉴욕에 출장 갔을 때 아들 녀석을 위해 사온 독일산 테디 베어 하나. 그 해 겨울 뉴욕은 정말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심한 감기로 열흘 넘는 출장 후 몸무게가 5킬로나 빠졌다. 그래서 그 아기곰의 이름을 '윈터 보이'라고 지어 주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아들 녀석은 이베이 중고 사이트에서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샀다. 그래서 지금은 두 마리가 사이좋게 아들의 집을 지키고 있다. 어린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곰 아닌가?
아마도 이렇게 사랑받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시대 불문 나라 불문 세대도 불문. 나이 든 나도, 지금도 테디 베어를 좋아하니까! 그 인기 만큼이나 그 값도 대단하다. 뭐 보석으로 치장한 그런 것들은 말고 그냥 보통의 탄생 기록을 가진 녀석들 중에, 1904년에 만들어졌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디 베어는 그 가격이 무려 10만 5천 달러 (25년 전인 2000년 독일에서 거래된 가격).
힘들었던 출장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흘러내리는 콧물과 심한 두통, 더 심한 기침 속에 서둘러 뉴욕 5번가 숙소 근처의, 유명하다는 인형가게에 갔다. 한참을 둘러보는데 저 앞에 그 윈터보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왠지 그냥 느낌이 쎄해서 급히 달려갔다, 바로 집어들었다. 그 순간 내 뒤에 어느 덩치 큰 금발의 여성이 달려왔다. 아뿔싸, 그것이 마지막 남은 것이었다. 그 여자는 발을 동동 구른다, 나를 애처럽게 쳐다보며. 뭐, 어쩌라구? 나도 이것 꼭 필요하거든요? 11살 난 내 귀한 아들을 위한 선물!
이건 지금 얼마나 하려나? 이러저런 추억의 값을 얹으면 꽤나 나갈걸?
테디 베어 (Teddy Bear)는 귀한 이름을 가졌다. 1902년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는 사냥을 무척 좋아해서 그날도 백악관 사람들과 곰 사냥을 나갔단다. 그런데 그날따라 곰을 잡지 못했다. 세상 어디나 언제나 마찬가지인지, 함께 간 사람들이 살아있는 새끼곰 한 마리를 나무에 묶어두고는 대통령에게 쏘라고 한다. 대통령은 내가 아무리 사냥을 좋아해도 이건 아니다 하며 거부했다고.
동행한 기자가 좀 많았겠나? 이게 워싱턴 포스트 신문 만평에 실렸다. 이 기사를 본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장난감 가게 주인 모리스 믹텀이라는 사람이 자기 가게에 있는 곰 인형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애칭인 '테디'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를 했다.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사실. 불티나게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간 그 인형, 그 후 믹텀의 가게는 아예 큰 장난감 회사를 설립,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다.
물론 그냥 곰인형 (Bear Doll), 베어 플러쉬 (Bear Plush, 벨벳의 일종인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곰인형. 사랑, 포근하고 안락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런 의미도 있다)라는 이름도 쓴다. 하지만 어디 테디 베어를 따라오겠는가 그 지명도에 있어서?
그 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캐리커쳐로 그려질 때면 늘 곰의 이미지가 등장하거나 새끼곰과 함께 그려지고는 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슈타이프 (Steiff)라는 회사가 이 인형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기존의 일체형 (봉제로 완성한) 인형이 아니고,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목 부분을 따로 연결시키는 기발한 방식이었다 (소위 '조인트 베어'). 곰의 모양과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로 그 테디 베어다.
마가렛 슈타이프가 제작한 이 새로운 방식의 곰인형은 1903년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 인기가 어찌나 좋았던지 미국으로 역수입되었다. 이 회사는 1907년 무려 975,000개에 달하는 곰 인형을 미국에 수출하면서 급성장했다. 오늘날에도 슈타이프 사의 테디 베어는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아, 10월 27일 오늘은 세계 테디 베어의 날이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부통령을 거쳐 미국 역대 최연소 대통령 (1901년, 그의 43세 때)으로, 재선, 미국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1906년, 재임 시), 20세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은 대통령, 아주 특이한 성격으로 여러 일화를 남긴 인물, 한국 (대한제국 시절)을 유난히 싫어했던 '이상한' 사람...
시어도어 루스벨트 주니어 (Theodore Roosevelt Jr.). '테디' (Teddy/Teddie)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신은 Teddy라는 애칭을 극히 싫어했단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들 부를 때 Teddie라는 표기를 즐겨 썼다고 한다. 반면 그 당시 국민들이 그를 부른 애칭은 Teddy.
오늘의 시를 본다.
어쩌면 오늘의 주제 테디 베어와는 그리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 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 또한 있다. 이 시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여럿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비극, 순수/본질/파괴/복원/책임의 문제 이런 것들이 다 들어 있다. 물론 설원의 하얀 북극, 내가 좋아하는 북극곰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수컷 북극곰이 급기야 새끼를 잡아먹는 비극으로 이 시는 시작된다. 엄격히 말하면 꼭 배고픔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야생의 동물의 세계에서는. 그저 수컷이기 때문이다. 당연 암컷은 아무리 자기 배가 고파도 새끼를 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암컷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비극 속에 그곳의 낮과 밤은 남몰래 운다. 아니면 누군가가 (잡아먹힌 새끼이든 그 어미곰이든, 그것도 아니면 그저 방관자의 자세로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는 우리 인간들이든) 남몰래 우는 그 낮과 밤이 그곳에는 있다.
'사랑한 것들로부터 상처받는 흰색', 무서운 표현이다. 수컷곰과 새끼곰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지구 곳곳에서, 아니 당장 우리네 사는 이곳에서도 내가 사랑한 것들로부터 바로 내가 상처받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자주, 흔하게 일어나는가?
가장 큰 상처는, 가장 아프고 아물기 힘든 상처는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많다. 그럼에도 또 겁도 없이 누군가를 나는 사랑한다. 망각의 작용인가, 머리 나쁨의 발현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랑과 희망과 기대의 본능 때문인가?
마냥 슬픈 일일까, 아니면 그래도 그렇기에 조금의 희망과 기대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이름을 가진, 내가 사랑하는 곰인형 테디 베어, 사실 대부분의 정통 테디 베어는 내가 싫어한다고 했던 그 불곰의 색깔 브라운 컬러를 가졌다. 물론 예외적으로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색 테디 베어도 있다,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후 극소수 한정판으로 나왔던 (겨우 665개), 그래서 지금 그 가격이 일억 원 중반이 훌쩍 넘는. 불곰은 포악하고 못생겨서 여전히 싫지만 테디 베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