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 없이 빤히 쳐다보기. 정현종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우선 시작하면서 분명히 할 것이 있어요. 이 글은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도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쓰는 겁니다. 그곳에서의 모든 것들이 제게는 그저 흐뭇하게, 평화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은 도시는 아닌데 여전히 횡단보도에 신호등 없는 곳이 많지요. 정말 까맣게 몰려오는 모토바이크, 자동차와 버스들. 처음에는 건너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리고만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그땐 그걸 몰랐지요. 이번에도 역시 시간의 흐름이 제게 해결책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냥 건너는 것, 그것이 답이었지요. 물론 몇 가지 요령은 있습니다.
하나, 리듬을 탈 것. 버스며 자동차며 그 많은 모터바이크와 '같은 리듬' 속에 있으면서 그 리듬 위로 올라타야 합니다. 이제 저도 그 팀의 한 멤버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크게 낯설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비결입니다.
둘, 끝까지 그들을 지켜봐야 합니다. 내가 자신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성의 있게 저를 봐줍니다. 그러면 안전합니다. 저를 향해 바로 앞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며 모터바이크와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때로는 묘한 스릴까지 가져다 줍니다.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셋, 무엇보다 우선 용감해야합니다. 용기를 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 분이고 이십 분이고 그냥 흘러갑니다.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바뀔 신호가 없다니까요? 뭐 길 하나 건너는데 용기와 용감까지? 아니요, 필요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어느 정도의 용기와 용감함은 꼭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일이 되도록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대개 이것이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용감하라, Be brave enough!
넷, 마음 먹었으면 바로 실행해야 합니다. 그냥 기다리다 보면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는 더 많이 몰려옵니다. 그러니 준비가 되었다 싶으면 그냥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그러면 끝납니다. '실행의 힘' (Execution Power)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 옛날 한 때 아주 유명했지요. 그 책에서 배운 것들이 저는 참 많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게요, 그런데 그 쉬운 '그냥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망설이고 미적거리고 그것도 안되면 뒤로 슬쩍 미루고, 핑계를 대고, 망각의 힘도 빌리고, 아무튼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서 안 하려 하지요. 두려움에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습관입니다. 그것이 더 무섭습니다.
제가 아들 녀석에게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설령 리포트 제출 마감 시간이 지났더라도, 교수님 자택까지 찾아가 문 앞에서 반나절을 기다리더라도 리포트는 꼭 내야한다고. 그러면 적어도 F 학점은 주지 않는다고. 그런데 우리는 대개 그리하지 않지요. 에이, 어차피 마감 지났는걸? 지금 내면 받아나 주겠어? 받아준 들 뭐 제대로 점수를 주겠나? "어이, 임자, 해봤어?" 아시지요 이 유명한 얘기. 모 대그룹 회장님의 그 호통의 소리! 일단은 해보는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실행력입니다.
굳이 뭐 다른 나라 어느 도시에서 길 건넌 얘기를 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네 삶의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위에 제가 얘기 드린 네 가지를, 길 건너기 말고 여러분 일상 속의 어느 한 경우에 그대로 대입해 보세요. 방정식 처럼 변수의 갯수에 따라 신기하게 문제가 풀리는 것을 느낄 겁니다. 안된다고요? 해가 없다고요? 여러분 앞의 그 문제는 아쉽게도 변수가 너무도 많은 것인가 봅니다. 그렇다면요? 과감하게 변수를 줄이셔야지요. 이차 방정식, 삼차 방정식, 그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하잖아요?
조금은 다른 위치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는 시도도 한 번 해보세요. 앞에서만 보지 마시고 옆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또 한 번은 아예 밑에서도 보고요. 문제 자체가 달리 보일 걸요? 그러면 해답에 그만큼 가까와진 겁니다. 이인슈타인이 그랬지요. 어떤 문제가 발생한 그 상황, 그 차원에서의 시각을 가지고는 그 문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고. '패러다임 쉬프트 (paradigm shift)', 사고의 틀 혹은 방법론상의 이동 또는 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그냥 들고 있던 칼로 내리쳐 간단히 풀어버린 것, 콜롬부스의 달걀, "에이 그렇게 하면 누가 못해?" 우리는 그러지요? 못해요, 그렇게! 감히 그런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우리 범인들은 잘 못해요. 그러니 그들이 위대한 인물이지요.
제가 쓰고 있는 브런치 플랫폼상의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냥 딱 그 정도의 기대치만 가지고 읽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실망이 없지요. 정말 너무도 바빠서 짧은 글 한 쪽도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 물론 있지요. 그런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면, 일부러라도 다른 사람의 세상 사는 모습의 단편을 보기 위해서라도 글을 읽으면 좋지요. 더구나 그저 허투루, 되는 둥 마는 둥 그리 써대는 것은 아니니까요! 보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티끌을 모으면 태산이 됩니다. 많은 경우 그래요.
철학을 전공하신 시인의 시입니다. 철학 가득, 저는 이 분의 시를 좋아합니다. 이번 시도 좋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우리가 그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이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 다 마음을 먹었으니 그런 것이지요, 그들의 그림자 조차 그래요. 마음을 먹으니 곧 노래가 되고 춤이 되고,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기 시작하네요.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그런 거예요. 마음을 다해 마음을 먹으니 그 옛날 까마득한 시절의 일들도 돌아보게 되요. 분명 세상이 캄캄함에도 제 눈에는 저 멀리 동이 터오는 모습이 보이는 걸요? 마음을 먹으세요! 그러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