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다.
어떤 독서는 내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독서가 무조건 유익한, 또는 완전히 무해한 취미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어떤 독서는 내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물론 그 상처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책을 통해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없던 상처를 만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또한 상처를 봉합하고 아물게 하는 역량이 안돼서 오히려 덧나게 하는 책도 있을 터다. 당연히 책의 역량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발휘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은 후의 내가 이전과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읽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읽는다. 그 여정에는 보상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위험은 나 하기에 따라 보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위험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보상은 최대한으로 얻고 싶다면 독자로서의 품을 키워야 하고, 그 길은 독서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