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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픈 마음은, 다른 아픈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

서로의 상처를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by 오공부

어제 퇴근 무렵, 남편이 소주 한 잔 하고 들어가도 되겠냐고 해서 곧바로 그러라고 했다. 물론 100% 기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티 내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다'고..ㅎㅎ


남편은 두어 시간 남짓 회사의 친한 동료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요즘 힘든 일들을 서로 털어놓았던 것 같다. 동료도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고 우리도 그렇고...

다들 힘들 때인 것 같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투자를 안 하면 바보라는 둥, 아무것도 안 하면 벼락 거지가 된다는 둥, 투자가 필수처럼 여겨졌기에 분야는 다를지언정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는 있겠으나 쓰라린 마음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 역시 눈앞에 닥친 현실이 분명하다.


남편이 술값을 계산하는데 동료가 얼마 나왔냐고 물으며 정확히 반을 남편 주머니에 넣어줬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는 남편도 듣는 나도 먹먹함을 느꼈다. 평소라면 누가 내든 '다음에 내가 내지 뭐.' 하고 편하게 넘어갔을 텐데 그러지 못한 건 '쟤도 힘들 텐데...'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럼에도 흔쾌히 '됐어, 내가 살게.'라고 하지 못한 건 본인도 힘들기 때문이었겠지. 정확히 절반의 금액을 친구의 주머니에 넣어줬던 그 마음이 어떤 것일지 너무 알 것 같아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남편에게 서로의 상처를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어떤 아픈 마음은, 다른 아픈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살피며 아픔은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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