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001] 첫 편지
첫 편지니까 비밀을 하나 말해줄까?
이 글을 쓰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은 너희들, 그러니까 내 아들딸 오이지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편지를 썼는지 몰라.
'이런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
'그때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언젠가 크면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무척 많았지만 막상 편지로 써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았다. 게으른 탓도 있었고, 너희들이 이 모자란 엄마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렵기도 했기 때문이야. 평소라면 너희들을 재우며 함께(어쩌면 너희들 보다 먼저) 잠드는 엄마지만,
오늘은 늦게까지 깨어있는 날이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 본다.
첫 편지니까 비밀을 하나 말해줄까?
엄마만의 비밀은 아니고, 모든 어른들의 비밀이라고도 할 수 있데, 그게 뭐냐면.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보다 나은건 아니라는 거란다. 너희들 생각에 어른들은 힘도 세고, 아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게 너희들보다 훨씬 많다고 느끼겠지만, 물론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사실은...
어른이 어린이보다 생각이 깊지 않을 수도 있고
속상한 마음을 어린이보다 참지 못할 수도 있고
치과 가는 걸 어린이보다 더 무서워할 수도 있어.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해.
웃기지? 하지만 사실이야.
내가 그렇고, 아빠가 그래. 아마 다른 어른들도 고개를 끄덕일 거야. 그러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내가 이 비밀을 털어놓은 까닭은 말이야.
엄마, 아빠가 너희를 속상하게 하고 화나게 할 때가 있을 거야. 살면서 그런 일은 아주 많이 있겠지.
그 이유의 99%는 엄마가 방금 전 털어놓은 비밀 때문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서야. 그렇다고 엄마를 이해해 달라는 말은 아니고, 너희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엄마만큼 나이를 먹었을 때, 그때도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따끔거려서 아플지도 몰라.
그럴 때마다 아래의 말들을 읽어줬으면 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너희를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살아있다면 직접 말해도 좋아.
'엄마, 그때 나 정말 힘들었고 상처받았어.'라고.
그런데 만약 엄마가 떠나버려서 속상했다는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면 이 편지를 읽길 바라.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로 '많이 힘들었지? 네 탓이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줘.
어른이 되면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그대로 비워두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채우는 연습도 해야 하거든. 부족한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그땐 너희들이 스스로 채워가야 해.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 엄마도 지금 그렇게 채워가는 중이야.^^
그럼 우리 오이지들, 다음에 또 편지 쓰러 올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