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며칠 만에 아침 달리기를 했다. 보도블록에 지렁이들이 많이 나와 있었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웅덩이나 흙이 있는 곳이 아니라 길의 한가운데였다. 이른 아침이라 선선했지만 곧 후덥지근해질 테고 지렁이들은 서너 시간 내로 말라죽을 것 같았다.
인간이 하는 일들도 지렁이들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지만 내가 바라는 목적지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어쩌면 목적지와 더 멀어지고 있는데 나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닥에 딱 붙어있는 작은 몸으로는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멈춰 있자니 한낮의 더위와 햇볕이 나를 죽일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렁이의 상황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멈춰있으면 죽는다는 것.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어디로든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헛되보일지라도 지렁이의 몸부림도, 오늘 나의 달리기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마무리하면 너무 미화인가?ㅋㅋ
+뒷이야기
비가 온지 2~3일 되던 날, 무심코 걸어가는데 길 한복판에 지렁이가! 으잉 그것도 살아서? 비 안온지 꽤 됐는데...
비가 안 와도 두어시간만에 죽지 않는구나.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구나. 이 또한 인간의 삶과 비슷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