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하는 중간중간에, 나만 보는 개인 메신저에 집에서 할 작은 일들을 적는다. 예를 들면, '텀블러 가방에 넣어두기', '냉동실에 있는 고기 냉장실로 옮겨놓기', '아이들 딸기 씻어주기', '아이들 연필 깎아두기', '마스크팩 하기' 등등이다.
퇴근 후의 나는 생각하는 걸 싫어해서 생산적인 일을 거의 못한다. 기껏해야 애들 씻기고 내 한 몸 씻고, 남는 시간엔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그럴 때, 아침의 내가 내린 명령을 하나 둘 수행하면 꽤 뿌듯하고 삶의 질도 올라간다. 명령을 내리는 나도 재미있고, 실천에 옮기는 나도 보람차다. 그렇게 조금쯤은 하루를 잘 살았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