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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by 오공부

누군가 내게 '올해의 책'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하루키는 좀 뻔하지 않나... '라고 말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조금 주저했지만, 그래도 역시, 올해의 책은 하루키다.

왜냐하면 이번 소설에서 그간의 작품들에서 소위 '에센스'라고 불릴만한 좋은 요소들을 똘똘 뭉쳐 하나로 빚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 하루키가 쓴 단편을 노년의 하루키가 고치고 살을 붙인 집필 방식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에서 본체와 그림자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는 소설의 내용과도 닮아 있다.


살짝 딴 얘기지만,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오랫동안 그 분야의 최고의 자리에서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거장이, '본인의 걸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고 모두가 의심하는 가운데,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기꺼이 결심하는 순간.


바로 그때, 이런 소설과 영화가 탄생하는구나 싶었다. 새롭지만, 동시에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이 뚜렷하게 보이는, 너무나 자기 자신다운,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그런 작품이.


부디 이 두 거장이 계속 필드에서 뛰어주었으면 한다. 지금처럼 하고싶은 대로 다 했으면 좋겠다.

요즘말로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는 무래도 무례하니까, '선생님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마음속으로 외쳐 본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좋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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