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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특효약

첫 번째는 마음고생, 두 번째는 치과치료이다.

by 오공부

살면서 확실한 효과를 본 다이어트 특효약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마음고생, 두 번째는 치과치료(특히 신경치료)이다. 물론 두 번째는 첫 번째에 비할 바가 못되나 단기간에는 비슷한 효과(식욕 상실)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특별하게도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치과 진료 때문에 일찍 퇴근해야 했기에 차를 가지고 출근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길을 나섰는데, 아뿔싸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걸 지하차도 진입 직전에 깨달았다. 서두른 보람도 없이 다시 집으로 가서 핸드폰 가지고 출발. 속이 쓰렸다.



그리고 오후. 파트장님 눈치를 살피며 종종걸음으로 퇴근을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치과가 있는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다가 주차장 벽을 긁었다. 그런데 그냥 긁힌 느낌이 아니라 차가 출렁대면서 무언가 떨어져 나가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이 시커멓고 거대한 고무덩어리를 들고 오셨다.


"이거 그 차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아... 네... 감사합니다."

앞바퀴의 휠가드였다. 물론 그 당시엔 몰랐고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줘서 알았다.

그때 이미 치과에 30분 지각을 한 상황이라 일단 트렁크에 휠가드를 던져 넣고 치과로 올라갔다.



오늘은 치과에서도 조금 특별한(!) 치료를 받았는데, 잇몸을 절개해서 뿌리 깊숙한 곳에 있는 염증을 긁어내는 '수술'(이라고 간호사가 표현함)이었다. 몇 차례의 신경치료에도 염증으로 부푼 잇몸이 가라앉지 않아서 결정한 치료였다. 분명 잇몸이 있는 자리인데 '드드득 드드득'하며 단단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긁어내는 느낌이 났고 절개한 잇몸을 다시 덮어 바느질을 하는 꽤나 무서운 치료를 한 시간 동안 받았다. 세균 감염 예방을 위해 꼭 먹어야 한다는 약을 타고, 찝찌름한 피를 열심히 삼키며, 휠가드가 뜯겨나간 차를 운전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처럼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약을 먹기 위해 저녁으로 두유를 하나 먹고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라면 배가 고파 기진맥진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식욕은 전혀 나질 않는다.

역시 효과가 좋다.


처음 뵙겠습니다, 휠가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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