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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을 견디는 힘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마티스블루, 2024) 리뷰

by 오공부

이 책에서 완전히 꽂혀버린 문장은 이것이다.


자아가 튼튼한 사람, 마음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을 견디는 능력이 강하다. (p. 46)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을 참지 못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상황을 더 나쁜 쪽으로 확정시키는 일이 자주 있었다. 나는 모호함과 애매함을 위기상황과 동일하게 인식했고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행동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훗날 후회할만한 선택이 많았다. 이런 조바심 내는 성격을 바꾸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내가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을 견디는 능력'이 약하다는 것을.



우선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은 그야말로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일뿐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아님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무언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된다. 불안과 초조로 지켜보는 게 아니라 내 일상을 충실히 살고, 그 안에서 작은 재미도 느껴가면서 힐끗 곁눈질로 가끔 봐주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내가 애를 쓰지 않고 그저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은 면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때로 안 좋은 쪽으로 정해질 수도 있지만,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안 좋은 쪽으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내 에너지를 덜 쓰게 되어 대비할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그 일이 결정되는 시점에서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당장은 잘 된 거라고 믿었던 일이 나중에 보면 안 좋은 일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훗날 좋은 결과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애매하고 모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내보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일을 너무 깊이 파고들며 고민하는 대신, 한 걸음 빠져나와 다른 일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경험들이 여러 차례 쌓이다 보면 애매하고 모호한 상황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일상을 충실히 살면서 기다리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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