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오로라다!

by 오행

Day2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자 세상이 금세 어둑해졌다. 트롬쇠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조금 지쳤던 나와 짝꿍은 숙소로 돌아가 낮잠을 청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오로라 투어를 떠나기 전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이 어두워서 그런지 잠깐 청한 낮잠이었는데 밤잠을 잔 것처럼 개운했다. 기운이 솟아난 우리는 오로라 투어 버스를 타러 다시 시내로 향했다.

트롬쇠에서 오로라를 제대로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투어 업체를 통해 트롬쇠이아 섬 밖으로 오로라를 보러 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투어 업체를 끼지 않고 직접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나와 짝꿍은 투어 업체를 이용하는 것을 골랐다. 어두운 밤길, 그것도 빙판길을 직접 운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 두 방법 말고 트롬쇠아이 섬 안에서 버스를 타고 오로라 명소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긴 하다. 다만 빛 공해 없이 제대로 된 오로라를 즐기고 싶다면 트롬쇠이아 섬 밖으로 나가보는 걸 추천한다.

투어 업체와 약속된 시간인 오후 5시 30분보다 일찍 도착해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항구 쪽을 바라보며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우리는, 뭐지? 하고 하늘을 보았다. 무언가 하얀 게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로라였다! 오로라를 생전 처음 본 우리들 눈에는 잘 띄지 않았던 것. 오로라는 육안으로 초록색보다는 하얀색에 가까웠다. 자세히 보면 연둣빛인가 싶기도 했지만 대충 봤을 땐 아주 큰 연기처럼 보였다.

트롬쇠 시내에 본 오로라

카메라로 본 오로라는 훨씬 더 초록빛이었다. 밝기를 특별하게 조정하지 않아도 잘 찍히는 선명한 오로라였다. 항구 반대편 건물 틈으로도 오로라가 피어오른 게 보였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아니라 오로라라니, 특별한 순간이었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오로라

오로라는 20분 정도 일렁이다 사라졌다. 타이밍 좋게 가이드가 도착했고, 우리는 투어 버스에 올랐다. 나와 짝꿍이 선택한 오로라 투어(헌팅)는 대형 버스를 타고 꽤 많은 인원이 이동하는 형태였다. 결론적으로 오로라를 보고 왔으니 돈이 아깝진 않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더 비싸더라도 작은 밴을 이용하는 투어를 이용하고 싶다. 대형 버스는 굽잇길이나 주차 문제로 진짜 오로라 명소에는 방문하지 않는 듯했다.

차에 타고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금방 멈췄다. 트롬쇠이아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로라 명소였다. 그러나 이곳에선 육안으론 거의 볼 수 없는 오로라가 있었다. 우리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가이드 눈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서양인이 눈부심을 더 잘 느낀다던데, 그래서 오로라를 더 잘 감지하는 건가 싶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꽤 먼 거리를 갔다. 주차 중 창밖을 보니 거대한 오로라가 있었다. 시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크고 굵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몇몇 후기에서 추위 속에서 오로라를 기다렸다던 글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오로라를 빨리 봐서 다행이었다. 오후 8시쯤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로라 투어 중 첫 번째로 만난 오로라
따뜻했던 모닥불

30분 정도 오로라를 실컷 구경한 뒤 다시 버스에 올랐다. 방한복까지는 입지 않아도 되는 날씨였지만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으니 피곤해서였다. 차에 앉자마자 깜빡 잠에 들었는데 캠프파이어를 하러 밖으로 나오라는 가이드의 외침에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불 옆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아쉽게도 오로라는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도 조금만 늦었다면 구름 낀 하늘만 볼 뻔했다. 나와 짝꿍은 차를 다 마신 뒤 버스로 돌아갔다.

오로라 헌팅 중 두 번째로 만난 오로라

잠들고 싶지 않았는데, 차에 앉아 있으니 잠이 쏟아졌다. 시차와 추위가 겹쳐 눈꺼풀이 무거웠다. 어쩌다 보니 한 시간이나 잤는데 또다시 가이드의 외침에 눈을 떴다. 밖에 오로라가 다시 강해지고 있으니 나와서 구경하라는 거였다. 오후 11시쯤이었다. 비몽사몽 밖으로 나왔다. 구름이 껴서 조금 흐리긴 했지만 가로로 길게 펼쳐진 오로라가 보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세로로 길게 뻗은 오로라와 모양이 달랐다. 장관을 보고 있으니 잠이 깼다. 그렇게 또 30분 정도 구경하다 버스에 탔다.

밤이 깊어지자 투어 버스는 모든 관광객을 싣고 트롬쇠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다들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아까 눈을 붙여서 그런지 잠들지 않아 창밖을 보며 돌아갔다. 중간중간 오로라를 보기도 했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때 작은 차를 타고 돌아다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운행 중인 버스가 없어 트롬쇠에서 처음으로 우버를 이용했다. 숙소까지 15분 정도 걸렸는데, 금액은 2만원인가 3만원이 나왔다. 잠시 잊고 있던 노르웨이 물가를 다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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