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롬쇠 근교 구경

by 오행

Day3

전날 투어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면 이날은 그냥 숙소에서 쉬다가 또 다른 오로라 투어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첫 투어부터 오로라를 신나게 보고 온 터라 계획을 조정해 트롬쇠 근교를 탐험해 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검색 삼매경에 빠졌다. 네이버에는 트롬쇠 근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구글을 통해 Kvaløysletta 지역의 Ersfjord view Point라는 곳을 찾아냈다. 트롬쇠 근교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정확히 따지면 트롬쇠 시의 일부인 곳이다. 다만, 사람들이 흔히 아는 트롬쇠이아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 트롬쇠 공항과 가까운 우리 숙소에서는 버스로 40~50분 정도 걸렸다.

Ersfjord view Point

창밖에 펼쳐진 설경을 보며 이동하니 목적지까지 금방 다다른 기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끄러운 길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얼음으로 뒤덮인 길 위에 눈이 얇게 쌓여 있어서 조심히 걸어야 했다. 도로를 벗어나 뷰포인트까지 가는 길도 험난했다. 흙과 돌로 빚어진 길 위를 사람들이 엉거주춤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짝꿍과 얼음장 위에서 트위스트를 추듯 발을 움직이며 웃어댔다.

피오르 사진을 찍으려고 올라선 돌 위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멋진 경치를 보며 한눈을 팔았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장관을 보고 있으니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피오르가 만들어낸 풍경이 웅장했다.

피오르 구경을 마친 뒤 엉금엉금 마을 어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집 옆에서 눈에 파묻혀서 창문만 살짝 보이는 자동차가 있었다. 같은 집 차고 안에 또 다른 차가 보였다. 나와 짝꿍은 집주인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겨울에는 차를 한 대만 가지고 다니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킥킥 웃었다.

아이스링크장 같았던 도로 / 눈 속에 갇힌 자동차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얼음 폭포(The frozen arctic waterfall)였다. 사진을 보고 별다른 기대 없이 갔지만 생각보다 있었다. 폭포가 마치 하얀 브로콜리처럼 동글동글하게 얼어 있어서 귀여웠다. 빙하가 만들어낸 계곡이라 그런지 얼어 있는 폭포가 약간 아이스크림 뽕따 같은 색이었다.

The frozen arctic waterfall

얼음 폭포 옆으로 살짝 등산할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는데 짝꿍이 갑자기 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글을 검색했을 때 이쪽에서 순록을 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 마니아인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그를 따라나섰다. 동네 뒷산 같은 곳이라 길이 험한 건 아니었다. 2~3분 정도 올라오자 순록 발자국이 보였다! 정말 이곳에 순록이 있는 걸까? 신나는 마음에 주변을 샅샅이 둘러봤지만 순록은 없었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 볼까도 했지만 무리하지는 않기로 했다.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진 순록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트롬쇠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중간에 내려 Eide handel AS라는 식료품점에 들렀다. 이곳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엄청난 맛집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현지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날 메뉴로 나온 건 양고기스튜였다. 양이 많을 것 같아서 1인분만 시켰는데 역시나 2인분 같은 1인분이 나왔다. 여행하며 느낀 거지만, 노르웨이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양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곳의 임금을 생각하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팔던 오늘의 메뉴
dqs 2025-04-15 150337.217.JPG
dqs 2025-04-15 150335.967.JPG
마트에서 팔던 순록 육포와 장작

배부르게 끼니를 해결하고 마트를 구경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순록으로 된 육포와 땔감용 나무였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마트에서 나와 보니 세상에 벌써 어둠이 내려 있었다. 정류장 쪽으로 올라와 가로등이 켜진 동네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뜻 보면 마을마다 비슷한 경치를 품고 있는 것 같았지만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 설경이었다.

깜깜한 밤이 되기 전 어스름이 예뻤던 1월의 트롬쇠

숙소로 돌아와 언 몸을 녹인 뒤 다시 트롬쇠 시내로 나갔다. 트롬쇠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방문하는 Raketten Bar & Pølse에서 순록 핫도그를 먹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갔을 땐 줄이 짧았던 터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후기를 보니 30분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핫도그는 맛있었지만 핫초코는 너무 달았다. 그래도 따뜻한 고열량 음료 덕분에 에너지는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순록 핫도그와 핫초코


이전 04화우와, 오로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