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내렸다

by 오행

Day4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금세 트롬쇠에서 맞이하는 네 번째 날이 찾아왔다. 아침부터 어디를 둘러볼지 구글 지도를 열심히 둘러봤다. 그러다 Kvaløya 섬에 위치한 Trehørningen이라는 산을 발견했다. 숙소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 내린 뒤 조금만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는 것 같았다. 지도상에 업데이트된 사진이 멋져서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전날 방문했던 Kvaløysletta에 갈 때보다 창밖 풍경이 훨씬 멋졌다. Kvaløya 섬 입구에서 섬 가운데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는데, 이때 정말 정말 멋진 설경이 펼쳐졌다. 겨울왕국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섬 반대편으로 넘어오니 풀을 뜯고 있는 순록들도 보였다. 드디어 순록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 즉흥적으로 온 곳이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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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hørningen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창밖 풍경

지도에서 알려준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벨을 눌렀는데 버스 기사님이 세워 주지 않았다. 정류장이 없어진 걸까? 기사님께 말씀을 드릴까? 버스를 잘못 탔나?, 한참 동안 짝꿍과 쑥덕쑥덕 상의하고 있는데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멈춰 서고 문이 열렸다. 우리는 일단 내려서 주변을 둘러봤다. 정류장 건너편 바닷가 쪽으로 환상적인 경관이 펼쳐져 있었다.

멋진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우선, 버스 안에서 봤을 때 원래 목적지였던 Trehørningen에 올라가는 길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엉뚱한 곳에 내리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름 모를 정류장에서 내린 뒤 마주한 풍경

왠지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가니 작은 농장이 나타났다. 말 몇 마리가 보였는데 잠을 자고 있는 건지 얌전히 서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말들과 다르게 체구도 작고 털도 두텁게 덮여 있었다. 북실북실한 털은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따뜻해 보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노르웨이안 피오르 말(Norwegian fijord horse)이었다.

털이 북실북실해서 귀여웠던 말

조금 더 걸어가니 INFORMASJON이라고 써진 안내판이 있었다. 노르웨이어는 모르지만 INFORMATION이라는 뜻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지도와 간단한 안내가 쓰여 있었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이 관광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마을을 거니는 외지인은 우리뿐이었지만 왜인지 마음이 놓였다.

혹시 몰라 안내판을 찍어 두고 더 안쪽으로 가고 있는데 저 멀리 순록이 보였다. 게다가 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가 언덕으로 올라갈 때까지 순록이 그대로 있다면, 아주 가까이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농장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안내판이 있는 만큼 볼거리도 풍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풀을 뜯고 있던 순록

그러나 한참을 걸어가도 딱히 특별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눈 덮인 산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산 너머는 벌써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순록이 풀을 뜯고 있는 쪽으로 가야 할 때였다. 우리는 서둘러 농장 주변 구경을 마치고 순록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적했던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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