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은 무조건 해피엔딩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무기력에 휩싸인다.

올해를 며칠 안 남긴 요즘은 특히나 그렇다.

일 년이 벌써 지나가버렸구나. 남은 기간 동안 나의 <2021>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일은 안 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무기력과 권태는 절정을 이룬다.

일 년 중,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반짝이고 선물 같은 12월이지만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죄다 흥미롭지 않다.  

그럼에도 나와 일 년간 동고동락한 한 해는 잘 떠나보내야 하기에 기도한다.

변함없이 일상을 이어나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웃고 사랑할 수 있는 날들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의 선한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축복해 주세요.

감정 기복이 있지만 안정 추구형인 나는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애쓰며 살지만 이놈의 12월은 이성의 조절 능력이 총파업에 들어간다. 일 년간 애쓰며 살았으니 연말엔 나도 좀 쉽시외다 하고.

따라서 감성 세포가 장악 중인 마을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 감기 기운 같은 바이러스가 수시로 유행한다. 

눕고 싶고 나른하고 웃다가도 울적하고 흔한 일이 별 일이 되고, 눈에 익은 사물들은 유난히 애틋하다. 

동화의 권선징악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바라본다.

눈물 콧물 쏙 빼는 줄거리였더라도 결말은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나쁜 놈들은 벌 받고 착한 사람들은 복 받는 엔딩으로 마무리해 주세요라고.        

20201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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