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경험” 디자인하기
우리는 ‘사용자 리서치’라 하면 흔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의 현장에는 또 다른 사용자들이 있다. 운영자, 운수사, 상담사처럼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앞선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이들의 경험은 서비스의 완성도와 효율을 결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여전히 리서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B2C 중심의 리서치가 감정과 몰입을 다뤘다면, 운영자를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는 정확함과 효율을 다룬다.
운영자 리서치의 목표는 “좋은 경험”이 아니다.
‘이 프로세스에서 어떤 단계가 병목을 만드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들의 만족은 업무 효율로 환산된다.
리서치의 결과는 “쉽고 편해요”, “좋아요”가 아니라 “처리 시간이 5분 단축되었다”, “실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같은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운영자나 상담사는 자신이 불편한 지점을 늘 기억하기도, 명확히 언어화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관찰하며 대화하는 맥락적 조사(Contextual Inquiry) 방식이 효과적이다.
“무엇이 불편했는가”보다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보고, 기다리고, 메모하는 시간이 길수록 시스템의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 말보다 행동이 진실하다.
운영자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시스템, 조직 절차, 동료와의 인터랙션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리서치의 초점은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워크플로우 전체-업무 과정 전체가 어떻게 연결되고 단절되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B2C 중심의 사용자 리서치에서는 사용자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사용자 여정지도(User Journey Map) 나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가 익숙할 것이다. 이런 도구들은 사용자의 경험 흐름을 시간 축으로 읽어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운영자, 상담사처럼 업무 단위로 시스템을 다루는 사용자의 경우 중요한 것은 업무 단계 간의 연결과 책임의 이동이다.
누가 어떤 데이터를 받고, 어떤 화면에서 결정을 내리며, 그 결과가 어디로 전달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서비스 블루프린트(Service Blueprint)와 워크플로우 맵(Workflow Map)이다.
사용자 여정지도는 사용자가 겪는 경험의 흐름을 따라가며 무엇을 느꼈는가를 보여준다.
블루프린트는 그 경험이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함께 보여준다.
서비스의 ‘보이는 경험’(사용자 행동)과 ‘보이지 않는 경험’(내부 프로세스)을 한눈에 겹쳐 보여주는 지도다.
예를 들어 상담사가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과정을 그려보면, 고객이 보는 화면 뒤에서 어떤 승인 절차와 데이터 전송이 일어나는지를 함께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문제의 원인이 인터페이스에 있는지, 아니면 프로세스 단절에 있는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워크플로우 맵은 한 단계 더 구조적이다.
조직 내 여러 역할이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업무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차량 배차 요청이 들어왔을 때, CS팀 → 배차시스템 → 운수사로 이어지는 흐름을 그려보면 중간에 어떤 승인 절차나 입력 방식이 병목을 일으키는지 드러난다.
결국 운영자 리서치의 핵심은 “무엇이 불편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어디에서 단절되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문제는 한 사람의 습관보다, 시스템 간의 단절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블루프린트와 워크플로우 맵은 그 단절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도구다.
리서치는 디자인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다.
디자이너는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목을 줄이는 결정을 해야 한다. UI는 효율화의 수단이다.
결국 시스템에서의 사용자 리서치는 “일하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감정을 해석하는 대신, 업무의 흐름과 제약 속에서 사람의 판단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이해가 쌓일 때 비로소,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신뢰가 실제 인터페이스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