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없는 일에서 발견하는 재미
지난 글에서 시스템 디자인의 경우 사용자를 두 레벨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내부 사용자: 제품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사람들
외부 사용자: 서비스의 최종 결과를 경험하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사용자'라고 불리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경험은 전혀 다르다.
시스템 디자인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사용자 UX의 문법만으로는 운영자 UX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구분을 위해 사용자 UX와 운영자 UX로 나누어 이야기하려 한다.
‘사용자 UX: 몰입과 편의를 위한 경험‘
사용자 UX의 목표는 사용자가 서비스에 몰입하고, 더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 호출 앱에서 승객에게 “내 차가 어디쯤 오는지” 보여주는 피드백은 신뢰와 만족을 만든다.
예측 가능한 흐름과 시각적 피드백이 사용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사용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서비스는 불편과 혼란을 낳고, 결국 서비스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운영자 UX: 정확성과 효율성을 위한 경험’
운영자 UX의 목표는 서비스를 더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사가 동시에 수십 건의 문의를 처리할 때 조회 지연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업무 장애, 클레임, 운영 지연으로 직결된다. 정확성과 효율성이 흔들리면 시스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운영자 UX에서 중요한 것은 만족감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 UX는 맥락적 경험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변화가 가치를 만든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앱은 아침 출근길에는 가장 빠른 경로를, 주말 오후에는 가장 저렴한 경로를, 관광지에서는 드라이빙에 적합한 코스를 추천한다.
사용자의 시간, 위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 속에서 사용자는 편의와 만족을 느낀다.
운영자 UX는 상태적 경험이 중요하다.
입력이 언제나 같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운수사 관제 화면에서 차량 ‘배차 취소’를 누르면 언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실행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절차와 로그가 기록되어야 한다.
운영자에게 신뢰란, 변화 없는 결과의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사용자 UX는 사용자의 심리와 맥락이 중요하다.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때 가치가 생긴다.
반면 운영자 UX는 데이터와 프로세스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같은 방식으로 동작할 때 안전이 보장된다.
결국 이 차이는 단순한 UI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 경험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어려움이다.
시스템 디자인은 이 두 세계—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경험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경험—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사용자 UX는 눈에 보이는 접점의 경험이고,
운영자 UX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의 경험이다.
그래서 전자는 흥미롭고, 후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기반을 디자인하는 일에는
다른 종류의 성취감이 있고,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