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고 많은 돈을 들여서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아이에게 이를 전해줄 수 있다면 큰 지출 없이도 견문을 넓히는 여행의 장점이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남이 다녀와서 추천하는 루트나 맛집이 아니라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번 여행에 대한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맞춤 디자인된 여행을 하길 추천한다.
싱가포르에 5년 동안 살아오면서 주변 국가로 여행이 쉬웠기 때문에 올해 8살인 아이와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호화로운 휴양도 좋지만, 아이와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접점 안에서 적절히 탐험이 가미된 여행이 여행다웠다.
어디에 가면 좋더라 하는 말들은 그 사람의 의견이지 내 의견은 아니기에 참고로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파워 P인 필자는 누구나 꼭 가봐야 할 곳보다는 어쩌다 가게 된 곳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가는 여행인데 이왕이면 비슷비슷한 블로그 포스팅을 넘어서 해외 유튜브, 구글, 여행 책자 등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습득하고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과 교집합 되는 부분을 찾으면 좋다.
아이와 가는 여행은 무리한 루트를 짤 수도 없다.
아이마다 성향과 에너지도 달라서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콘셉트를 정해 여유 있는 일정으로 짠다.
필자의 가족여행은 호텔이나 리조트의 안락함도 좋지만, 에어비앤비에서 머무르는 숙박도 섞는다.
호스트가 오랜 세월 살았던 퍼스 란셀린 사막 근처의 에어비앤비에서 숙박이 아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에 하나로 두고두고 손꼽는다. 나 또한 그곳의 정취와 주인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를 보는 게 매우 즐거웠으나 남편은 그다지라며 호텔을 더 선호한다. 다른 취향을 가진 남편이지만 사람들로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에서 인증사진 하나를 찍고 오는 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점에는 동의한다.
아이와 발리에 있는 우붓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래 걷는 것과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캠프에 머무는 동안 남편과 나는 왕궁 근처의 시내로 갔다.
그곳은 항상 차가 막히고 공기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길이 좋지 않아 아이와 다니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이와 약속한 것을 구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내로 가야 했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우리는 쾌쾌한 공기가 수도 없이 오가는 울퉁불퉁하고 좁은 거리를 오랜 시간 걸어야 했다.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더운 날씨에 말이다.
이런 상황을 좋아할 리가 없을 아인데 한 시간에 걸쳐 도착한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이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컸고 그 길이 아이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의 모든 일정에서 매우 좋았던 곳도 있지만, 불친절을 경험한다거나 가야 하는 차를 놓쳤다거나 하는 돌발상황들이 생긴다.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불평한다고 나아지는 것 없고 기분만 안 좋아졌다. 잘못된 선택 또는 실수는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더 나은 다음을 만들어 갈 계기가 된다.
예기치 못했던 상황들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가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며 시야가 넓어져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나와 다른 네가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맞고 틀리고가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를 한 뼘 성장시키는 여행이 된다.
100% 다 만족스러운 상황이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50% 모자란 것 같아도 50을 100으로 보는 눈이 있다면 여행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길이 부족함없는 풍요로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