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몇 년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서 난리가 났었다.
어제는 하늘이 온통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전날 북유럽에서나 볼 수 있던 오로라가
네덜란드 하늘을 가로질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예상 밖의 일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렇게 한 꼭지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러가 있다.
늘 젊을 줄 알았던 부모님과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실감한다.
한주는 얼마나 금방 돌아오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제와 같은 하늘은 없고
어제와 같은 너와 나도 없다.
붙잡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그저 흐름앞에 나를 맡기는 수밖에 없는 무력함을 느낄 때도 있다.
세월처럼 늘 흘러가는 물을 가만 들여다본다.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물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산소나 미생물을 만나 맑아지기도 하고
더러운 것과 섞이기도 한다.
결국 낮은 곳으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과 섞일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누구를 만나 어떤 질문을 통과하며
어디에 머물지를 순택하는 순간,
우리의 물은 맑아지기도 하고 탁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하는 안녕(安寧)은 몸과 마음이 평안한 상태다.
가는 세월과 희노애락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그 흐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잠시 멈춤은 가능한다.
정신적인 일시정지.
비울 껀 비우고,
마음을 정리해 다시 흐르는 것.
그것이 안녕을 선택하는 일이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적어도 내가 어떤 물이 될지는 결정할 수 있다.
맑은 물이 되어 유유하게 흘러가가,
마침내 머물러야 할 곳에 닿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