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중이다.

by 빛으로 살다

이 땅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엄마, 직장인, 장녀, 리더, 믿음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이 이름들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름들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가 되어버릴 때입니다.


더 이상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때,

그 역활을 예전처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으로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역할들 중에서도,

엄마는 우리에게 깊이 스며드는 이름입니다.

엄마는 정말 위대한 존재입니다.

자녀에게 목숨을 내주는 것도 아깝지 않기에

몸과 마음을 다해 아이를 돌봅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때,

많은 엄마들은 마치 자신의 가치가 사라진 것 같은 허무함을 느낍니다.

자녀로 향해 흐르던 강력한 에너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서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마음은 애굽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노예로 살던 억압에서 벗어났지만,

그들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불안이 시작된 것이지요.


과도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혼란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를 그려야 함을 깨닫는 때입니다.


광야는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나의 자리를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내면을 재정비하는 시간입니다.


특히 엄마들은 이미 생명을 길러 낸 능력을 얻었습니다.

돌봄과 인내, 수많은 일을 동시에 감당해 온 능력은

이제 새로운 방향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전에 없던 그 자리가 낯설고 어둡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워진 그릇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소명을 담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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