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그날이 오기 전까지

by 오마롱


얼마 전 <우리들>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여름방학과 학교생활을 담은 작품이었는데 연기 연출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특히 따돌림을 겪는 두 아이의 장면은

오래전 묻어둔 내 기억을 건드렸다.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의 봄.
그 시절 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수업 시간엔 조용히 선생님 말씀을 듣고

쉬는 시간엔 자연스레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어떤 무리의 중심도, 바깥도 아닌.

주목받으려 애쓰지 않았고 다툼을 만들지도 않는 아이.


4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여느 때처럼

짝이 된 친구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앞뒤에 앉은 아이들과도 금세 말문이 트였다.

점심시간엔 도시락 반찬을 바꿔 먹으며 웃었고 하굣길엔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다.

그 봄 나는 나름대로 새 학년, 새 반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에서 가장 예쁘고, 활발하고,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애는 유난히 피부가 뽀얗고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깊이 파였다.
마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주인공 같았고

누구나 그 애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아이가 내게 먼저 다가왔다.
학교 밖에서 마주치면 먼저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고 교실에서도 싱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건 열한 살 내 마음에 작지만 뚜렷한 기쁨이었다.
반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가 나를 알아보고

다정한 눈빛으로 거리낌 없이 다가와 주었다는 사실이.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중심으로 한 무리에 들게 되었다.
그 무리는 말 그대로 반의 '중심'이었다.
선생님의 시선이 자주 머무는 자리였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인기 그룹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적당히 웃고 맞장구를 쳤다.
적당히 호응하면서 적당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건 내게 나름의 성취처럼 느껴졌다.
무리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 영향력 있는 아이와 함께 웃고 있다는 일종의 안정감.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매우 어리석은 착각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나는 아주 괜찮은 친구가 생겼다고 믿고 있었다.


---



그날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왕따'라는 이름의 그림자는 늘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발을 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비슷한 시간을 건너온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