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에서 잠만 잤던 운동부 친구들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몸으로 배우는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이 시기이다.
우리나라엔 유독 어린 천재들이 많은 것도 교육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높고, 모성애를 중히 여겨 교육적 신념이 있는 부모라면 힘들어도 여러 모로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니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따라온다면 발현될 확률이 더 높다.
만 시간의 법칙처럼 한 분야에 투자되는 시간만 철석같이 믿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얻어지는 건 분명 있으니 특히 어린 시절 빠른 결과물이 보이는 피겨스케이팅과 아이들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부모들은 어떻게든 아이들을 회유하고 칭찬하고 적절히 자극해 동기부여를 시키며 밀고 나아간다.
예전엔 더블 점프를 뛰려고 외국으로 나갔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로 전지훈련을 오는 해외 선수들도 종종 보곤 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어린선수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감탄한다.
초등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의지에 놀라고 그 지루한 과정을 해내는 열정과 인내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피겨를 가르친 코치도 우리 어린선수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감탄한다. 캐나다에서는 요즘 힘든 과정을 이기고 해내려는 의지를 가진 선수와 부모가 드물다고 말한다.
가끔 우리 코치들은 한숨을 내쉰다. 그 빠른 결과물을 추구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달리고 채찍질해야만 하는 결과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괴롭힐수록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예전에 좋은 경기실적을 내기 위해서 코치들은 담임 재량으로 학교를 적절히 빼주는 학교를 좋아했다. 대신 상장을 안겨주면 좋아하는 학교와 윈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학업일 수를 지키지 않으면 시합을 나갈 수 없게끔 하는 규제 등으로 많은 노력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초등학교 행정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빙상선수들은 코치들을 따라 빙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기까지 하며 운동을 지속한다. 초등학교 경기실적이 쭉 중, 고등학교 때의 경기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독 코치의 가스 라이팅, 긴 시간 동안의 학대 등이 빙상 쪽에서 불거져 나오는 유감스러운 사건도 우리는 보았다.
다른 종목도 그렇겠지만 빙상 쪽의 엘리트 선수도 처음부터 가능성을 보고 메달을 보고 키워져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 진입이 힘들기도 하다.
피겨 특성상 하루 종일 부모와 링크장을 옮겨가며 훈련해야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선수들은 초등학교 때 꼭 배워야 할 많은 것을 놓치기도 하는 게 아쉽다.
재밌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는 법, 어려운 친구를 배려하는 법,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은 하루 종일 링크에 살게 하면서 어떻게 가르쳐주어야 할까?
그래서 본격적으로 빙상선수를 시키려는 학부모들에게 나는 말한다. 학교 수업을 빼고, 하루 종일 10시간씩 여기저기 링크를 대관하면서 훈련하는 아이들을 이길 수 없다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위해 학교 정규수업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하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자기 주도 지상훈련과 온 아이스 훈련, 대신 주말에 집중하여 여러 가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몰입한 아이들의 많은 수는 결국 얼음판을 떠난다. 특히 무언가를 이루고 나서는 절대 돌아오기도 싫다고도 한다. 잠깐씩은 좋겠지만, 성장해서 다시 얼음 위에서 긴 시간 생활해야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한다. 이미 지친 아이들에게 피겨는 언제든 그만두고 떠나고 싶은 고달픈 직업처럼 느껴
때문이다. 그래서 내 원칙은 간단하다. 하루에 정해진 운동량은 아이가 정한 시간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조금 아쉬울 수도 있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나 혼자 내 생각대로 팀을 이끈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씁쓸한 순간도 많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누구보다 스케이팅을 즐긴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거리낌 없이 링크 안에서 춤 출수 있는 당당함을 갖출 수 있는 것이 내게 큰 즐거움이다.
요즘 아쉬운 것은 아동기를 거친 전문선수들 중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은 자꾸만 외국으로 나간다.
주입식 반복식의 훈련에 결국은 지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경쟁에만 과도하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우리의 의식의 결과물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