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미정 Dec 01. 2021

초등학생들의 장  꿈나무대회의 소희

묵히는 건 장뿐만이 아니다.

피겨스케이팅에는 급수가 있다

지역연맹에서 1-4급까지 심사를 보고,

빙상연맹을 주체로 5-8급까지의 승급심사가 열린다.

1,2급은 D조

3,4급은 C조

5,6급은 B조

7,8급은 A조로 분류한다.


시합에 나가보면 분명 초급에서 1급-8급까지의 선수들인데 실력은 1,2,3,4급 즉,  C, D조에서 더블악셀과 트리플을 뛰는 초등생들이 월등하게 많아 보인다

하긴 요즘 초등 6년 안에 트리플 5종을 뛰어야 선수로서 승산이 있다 하니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상위권에 드는  선수들이 종종 보이는 요즘 발전된 기량을 보면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코치로서 뿌듯하기도 하다


몇 년 전 D조 초등생 아이들이 상위 급수로 승급은 하지 않고 기량은 월등히, 각종 트리플 점프를 뛰어대어린 학생선수들의 소모, 학대 등의 이유를 들어 상위 연맹에서 D조 대회에서의 트리플 점프 요소의 점수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프로토콜 상의 점수 요소로 카운트되는 점프 중 더블악셀이 최고 점수인 이유로 시합에서 트리플 점프를 뛰지는 않지만  이상의 실력을 갖춘 이 선수들의 코치들은 소위 아이들을 전략적으로 '묵힌다'

굳이 올라갈 이유가 없다.

조별로 시합을 하고 겨루기에, 일단

1등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외국의 선수들, 또는 한국의  어떤 선수들 또한 낮은 급수에 굳이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유수의 선수들과 겨루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고, 하루하루 성장하며, 건강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겨루는 것 또한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스포츠를 '경쟁' 자체로만 생각하니 승급심사에서 5급 이상을 무난히 통과할 수준의 선수를 몇 년이고 '묵혀' 1,2 급수의 경쟁 자들과 겨루어 기어이 1등을 만드는 그 작전이 개인적으로 난 조금 지루하고, 조금도 흥미롭지 않다.

물론 그렇게 해서 플래카드가  걸리고, 그 선수는 담당코치의 명함이 되고, 선수는 타이틀을 얻는다.


학생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보다 늦게 시작한  옆의 친구들이 심사를 고, 급수를 올릴 때 부럽지 않았을까 하는 애틋함도 들고, 그렇게 딴 메달이 자랑스럽기만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승급을 하고, 급수를 올린 선수는 억울하다. 아 나도 급수 따지 말걸...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 기회는  균등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어른인 나는 부끄럽다.

또한 1,2급에서 안 올라가고 5급 이상 수준의 기술을 보여주는 아이들 덕분에 '보통'의 아이들은 정말 의미 있는 보통의, 기량을 흥미롭게 겨룰 기회를 잃기도 한다.

다른 선수가 얼마 동안,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는 모른 채 본인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겨루게 되기에 '동등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는 라는 상식 하에 경쟁할 수 있도록  급수체제를 만든 이유이고, 그것이 보통의  통념의 기준이지만 '경쟁'속에서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1등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피겨는 전략이 필요한 스포츠이기도 하고,

재능 또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또한 초등학생이 7,8급을 따도 나갈 국내외 대회가 별로 없기도 하니, 그러려니 하다가도,


오랜 기간 동안 보수와 진보는 계속 충돌하고 있고, 기득권 보수를 제치고 그 자리를 탐내는 진보는 늘 이슈를 만들어내고, 충돌하며 세상은 발전해나가는 것처럼

도전적인 코치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보통의 아이들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블악셀을 못 뛰어도, 좀 잘 못하는 선수라도 C, D조 시합은 가볍게 나올 수 있도록, 그러한 기반과 융통성 있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어느 종목보다 이너서클이 단단한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 어른이 아닌 자기 결정권이 미약한 아이들의 스포츠이기도 한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은 그래서 더 많이 목소리를 내야 하고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고, 성찰하며 발전해야 만한다.


피겨를 알아가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아이고 의미 없다'라 소리가 나오게 하지 말자.

정말 우리 좀 페어플레이 하자.

다 같이 아이들 학교 좀 보내고, 경쟁만 말고, 함께 가는 것도 경험할 수 있게 가르치자.


물론 요즘 코로나로 승급심사가 좀 없긴 했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영어학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