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뜬구름 Oct 13. 2015

시간에 쫓기다, 만세!

마감일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배수의 진’

늘 그렇듯이 나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시간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많을 때는 광활한 사막에 떨어진 사람처럼 축 늘어져 지겨운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리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는 쫓기다 쫓겨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고, 심하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미친년처럼 만세를 부르며 반실성 상태로 정신을 놔버리기까지 한다. 둘 다 원하지 않기로는 마찬가지다. 뭐가됐든 극단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BUT, 但是, 불행하게도 번역사인 내게 그런 일은 마감일마다 반복된다. 그리고 지금, NOW, 现在,  또다시 마감일의 저주에라도 걸린 듯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새벽 3시, 귀신에 홀린 듯이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카페인을 다량 섭취한다. 인간의 정신력으로 수면시간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만의 ‘진기명기 쇼’를 하다가 불현듯, 나는 누구를 위해 잠을 포기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뇌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책과 반성은  또다시 지나친 자책과 반성을 불러오고, 나를 사랑해야지, 그래 다시 시작하자, 나는 할 수 있어, 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는다. 처참하게 박살난 ‘완벽했던’ 계획일랑 집어던지고, 다시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을 시간대로 나누고 할 일들을 빽빽하게 채워 넣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배수의 진’을 친다. 무리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무모한’ 계획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래, ‘무모한’ 계획을 위해 일주일만 참자.

매거진의 이전글 접촉은 줄고 접속은 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