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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Jul 20. 2018

창신강, <기억을 잃은 소년>

성장을 유예당한 말썽꾸러기!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청소년 소설이란 손에 꼽힌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나 손원평의 <아몬드> 정도가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 주제 도서로 청소년 소설을 선정한 이유는 첫째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둘째 중국 청소년 소설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어서, 셋째 무겁고 어려운 주제(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창신강의 <기억을 잃은 소년>은 못된 장난을 일삼는 말썽꾸러기의 성장소설로, 작가 특유의 해학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0살 소년 ‘펑’은 악동이라는 이유로 8년간 성장을 유예당하는 벌을 받는데, 8년간 초등학교 5학년으로 살며 기억력까지 제한받는다.  


본 학생은 특별 법원에서 수년간 집중적으로 추적 관찰한 대상이다. 본 학생의 행위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수년간 저지른 잘못과 나쁜 짓이 100여 차례에 이르고, 좋은 일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에 특별 법원 7인의 재판관은 전원 아래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1. 본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더불어 본 학생이 이대로 성장하여 사회에 나갈 경우 사회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본 학생은 8년을 유보한다.
2. 다른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더불어 많은 학생들이 본 학생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본 학생의 정신과 육체의 연령은 매해 신입생들과 동일하게 맞춘다.
3. 그 수많은 잘못과 이에 따른 과도한 심리적 압박을 고려하여 본 학생의 기억력을 부분적으로 제한한다.(p.214)

 

펑이 ‘마법’에서 벗어나 ‘정상인’이 되기 위한 방법은 하나, 착한 일을 해서 4인 이상의 재판관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8년 후,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펑은 열심히 착한 일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펑은 4인의 동의를 얻어 평범한 열여덟 살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다.
     
독서모임 회원들과 <기억을 잃은 소년>으로 토론을 진행한 결과 책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별점은 각각 3점, 2점, 3점, 3점, 3.1점으로 평균 3점을 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기발한 소재와 독특한 설정은 돋보였으나, 개연성과 문장력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허술한 인물 설정과 부족한 심리묘사는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내용은 가치 있었다는 의견이었다.
     
말 안 듣는 악동이라는 이유로 8년간 성장이 유예된 채 ‘착한 아이’가 되길 강요당하는 ‘펑’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사회와 어른의 잣대로 멋대로 평가당하며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기만을 주시하는 재판관, 이웃에게 관심 없는 현대인,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혼자 두는 부모, 남들과 다르다고 친구를 괴롭히는 반 아이들, 무관심한 선생님까지 이들은 또 다른 우리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할까? 혹시 자기 말에 순종하고 다루기 쉬운 아이로 길들이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과연 ‘착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어떤 벌을 내리는 게 적당할까? 장난을 넘어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건 과연 옳은 걸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논제를 둘러싼 토론은 흥미로웠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회원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토론을 이어갔다. 봄의 기운이 물씬 나는 일요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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