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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공장

인생에는 성공과 과정만 있는기다

인생에 실패가 어디있노

by 오분레터

강호동과 조혜련은 동갑내기로 절친한 친구사이야.

한 번은 강호동이 조혜련에게 이런 말을 했어.

"혜련아,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지?"


"그렇지"


"틀렸다! 우째 성공과 실패가 있노?"


"대학 떨어지면 실패야? 취직 안되면 실패가?"


"인생에는 성공과 과정만 있는기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책을 붙잡고 있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문제집을 펼쳐놓곤 했다. 그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성적이 어중간해서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그저 그런 애"라는 이미지가 항상 따라다녔다.



수능이 끝나고 보니 내 성적표는 내가 바라던 대학 문턱에도 못 미쳤다. 대학엔 떨어졌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다른 곳에는 원서조차 안 넣었다. 결국 인생 첫 실패를 맞이했다.



1년 동안 재수생으로 살아가면서 실패를 만회하려고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했다. 새벽에는 신문 배달하고, 도서관에서 서무 일을 하면서 공부도 병행했다. 두 번째 수능 성적도 썩 좋지 않았고, 결국 다른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은 힘들었다. 4학년이 되니까 동기들은 하나둘 취업을 시작했는데, 나는 막연한 기대 속에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삼성전자, 두산 같은 좋은 곳에 친구들이 취업하는 동안, 나는 경남 통영의 한 조선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살아생전 가본 적도 없는 곳이다.



대학 시절 성적도 평범했고, 어학연수도 짧아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첫 직장에서는 또 다른 실패감을 느꼈다. 배정받은 부서엔 나보다 어린 선배들이 많아서 항상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재수하고 학사경고 때문에 졸업이 늦어진 탓에 내 시작점은 남들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과거를 돌아보니 그때의 실패는 진정한 실패가 아니었다. 단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시절의 좌절과 부끄러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발판이었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늦어지는 시간이 초조했고, 초반의 낮은 연봉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인생의 여정을 돌아보니 그건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단지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모든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조금 늦었더라도, 조금 창피했더라도 그건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였던 것이다. 오늘 하루도 결국 내일로 이어질 과정 중의 한 페이지일 뿐인다. 중요한 건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인생에 우째 성공과 실패가 있노? 인생에는 성공과 과정만 있지." 강호동의 말처럼, 오늘도 더 큰 미래의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는 단 하루였을 뿐이다. 그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인생에 실패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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