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연기자 송혜교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항상 기준이 제가 우선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늘 두 번째였죠.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매일 그냥 기분이 짜증이 나는 거예요. 짜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저를 괴롭혔죠."
"그때 노희경 선생님이 저에게 너 자신을 첫 번째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랑을 주변에 줄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날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 선생님이 자기 전에 오늘 하루 감사했던 열 가지를 적어 보라는 거예요. 처음 저녁에 감사한 일 열 가지를 적어야 하는데 한 개도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연락드렸죠. 감사한 일이 생각이 안 난다고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혜교야, 오늘 날씨 좋은 것도 감사, 굶지 않은 것도 감사, 너의 반려견이 건강한 것도 감사,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니' 순간 머리가 띵 했어요."
"그 뒤로 감사한 열 가지 쓸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기 시작하니까 감사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재수 후 대학 신입생 시절이었다. 마지막 가족인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나는 세상에 혼자가 됐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던 그 시기는 정말 힘들었다. 외로움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고, 그때 내가 찾은 곳이 바로 대학교 옆에 있던 작은 교회였다.
교회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라”는 거였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비가 오면 시원한 비를 내려주심에 감사하며, 멀쩡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음에도 감사하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내 삶의 모든 순간을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작은 감사의 마음들이 모여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학교 헬스장의 창가에 놓인 러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창밖을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감사의 마음을 속으로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운동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땀을 흘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맑은 날씨를 주심에 감사했고, 배불리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음에도 감사했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삶에 진짜 감사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때처럼 감사의 마음을 자주 품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한 번씩 바로잡아 주는 사람은 지금의 아내이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는 가끔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던진다. “요즘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아?”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
연기자 송혜교도 한때 자신의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였다고 한다. 남을 먼저 챙기느라 자신은 늘 두 번째로 밀렸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날의 감사한 일 10가지를 적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 없어 쓸 내용조차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사소한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진 걸 깨닫게 되었다.
사실 감사는 거창한 게 아니다. 감사는 그날의 맑은 하늘, 내가 누리는 한 끼의 밥,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중 감사한 일 세 가지 만이라도 적어보려고 노력해 보자. 처음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너무도 많은 감사의 이유가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일기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삶을 견딜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키워줄 준다.
감사일기는 우리가 지쳐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외로울 때 따뜻한 위로가 된다. 오늘부터 실천해 보자. 삶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