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넘도록,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주문 알림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괜히 핸드폰을 수십 번 뒤적였던 날이 몇 번이나 있었다. 누군가는 “고작 한 달”이라며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는 소리다. 얼마나 속이 터지는지. 내겐 그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졌다. 초조함과 허탈함이 가슴 한켠에서 점점 짓눌려왔다.
한 달 동안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눈이 반쯤 감긴 채 모니터 앞에 앉았다.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한 저녁엔 다시 책상에 앉아 상품을 올리고, 썸네일을 만들고, 상품명 하나에도 한참을 고민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느라 하루에 잠자는 시간은 고작 3~4시간뿐이었다. 커피가 혈관을 돌고 있는 것 같던 그 시절, 나는 내 첫 온라인 쇼핑몰에 온 마음을 쏟아붓고 있었다. 단돈 10만 원을 벌기 위해.
유튜브 영상 속 셀러들은 하나같이 쉽게 말했다. “하루 1시간 투자로 월 500만 원 벌었어요.”, “상품 올린 지 하루 만에 주문이 들어왔어요!” 온갖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치 상품만 올리면 매출이 쑥쑥 오른다는 듯이. 나는 그런 말들을 전적으로 맹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허탈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명 유튜버가 말하던 ‘하루 만에’의 기적은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하루는 한 달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쇼핑몰. 인기 없는 블로그처럼 조용한 내 쇼핑몰을 바라보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직은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고작 한 달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유튜브 영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눈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아무 상품이나 던져놓고 팔리길 바라는 건, 낚시 바늘도 없이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는 걸 팔아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 진리를 모른 채 한 달 동안 했던 짓은 그야말로 삽질이었다.
그렇게 ‘키워드’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키워드는 마치 고객들의 소원을 들여다보는 요술봉 같았다. 사람들이 뭘 갖고 싶어 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도구였다. 네이버 키워드 도구, 블랙키위, 셀러허브, 키워드마스터, 그리고 유튜버 신사임당이 만든 아이템스카우트까지. 키워드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매일 1~2개씩, 카테고리별로 키워드를 쓸어 담았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엑셀을 보다가 집에서도 엑셀만 들여다보자니,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모은 키워드를 검색량, 상품 수, 계절성, 경쟁 강도 같은 기준으로 하나하나 정리했다. 엑셀은 점점 복잡해졌고, 화면은 회색 줄무늬로 채워져 갔다. 그 속에서 나는 작은 희망의 단서를 찾고 있었다. 하나의 키워드는 더 이상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나의 첫 주문을 이루어 줄 ‘기회’라는 이름표를 단 씨앗처럼 보였다.
그 씨앗을 심기 위해 키워드와 관련된 상품을 찾고, 상세페이지와 썸네일을 등록했다. 누군가는 “그냥 중국 사이트에서 상품 복붙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의 차별성이라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더했다. 상세페이지 사진에 적힌 중국어를 하나하나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도 놓치지 않았다.
검색량이 높은 키워드와 관련된 상품은 모조리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필통, 보냉 텀블러, 자전거 부품, 심지어 라면 받침대까지.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라면 무엇이든 찾아 올렸다. 그렇게 하나씩 등록하다 보니, 어느새 키워드만 봐도 감이 왔다.
“이 키워드는 시즌성이 강해서 지금은 어렵겠네.”
“이건 경쟁 업체가 너무 많아서 들어가기 힘들겠는데.”
“이건 괜찮겠는데, 테스트 한 번 해볼까?”
이제 키워드는 내게 ‘선생님’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숫자와 흐름으로 조용히 알려주는 느낌. 덕분에 시장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겼고, 방향을 잡는 나침반 역할도 해주었다. 처음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던 것들이 그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왔다. 40일 만이었다. 새벽 3시쯤 되었을까. 핸드폰 진동음에 잠결에 눈을 떴다. 졸린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낯선 알림 하나를 보았다.
“첫 주문을 축하합니다.”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화면을 새로고침하고 판매자 페이지를 몇 번이나 들락거렸다. 누가 샀지? 뭘 샀지? 하나하나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의 첫 주문은 ‘LED 백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