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주문이 터지고, 이젠 정말 실전이었다. 중국 ‘타오바오’ 사이트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국내로 배송까지 시켜야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는 수십 번 봤지만, 실제로 처리해 본 건 처음이라 하루를 꼬박 날려버렸다. 주문 → 중국 배대지 → 국내 통관 → 고객 집까지,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단 한 번 경험해 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경험 안 해 본 사람만이 두려워할 뿐이다.
그렇게 나의 첫 주문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남은 수익금은 3만 원이었다. 한 건에 3만 원? 꽤나 쏠쏠했다. 문제는 그게 마지막 주문이었다는 거다. 나는 그 후로도 꾸준히 키워드를 찾고, 상품을 발굴하고, 업로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 건의 주문도 없이 또 한 달이 흘렀다.
첫 주문의 아련한 기쁨이 잊혀질 무렵, 이전 회사 동료 형 집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갔다. 청주에서 거제까지 머나먼 여행이었고 1년 만의 재회였다. 형은 집에서 뭔가를 많이 키운다. 구피, 개구리, 거북이, 도마뱀... 그리고 개미까지. 사실 형이 개미 마니아라는 건 함께 일 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엔 늘 여왕개미를 채집하러 다녔다. 하지만 실제로 개미를 집에서 사육하는 모습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개미 사육장처럼 보이는 작은 투명통. 그 안에 여왕개미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개미들, 그리고 하얀 알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그런 사육장이 수십 개였는데 솔직히 좀 징그러웠다. 탈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형님, 이게 다 뭐예요?”
“개미지. 이건 일본 왕개미, 이건 곰개미, 이건…”
내 눈엔 다 그냥 다 똑같은 개미였다. 그 수는 족히 수천 마리는 되어 보였다.
“개미는 어디서 잡아요?”
“신여왕개미가 짝짓기 하고 날아다니는 시기가 있어. 그때 채집하지.”
“뭘로요?”
“이걸로.”
형은 옆에 있던 작은 권총처럼 생긴 걸 들어 보여줬다. 흔한 미니 청소기였다.
“이거 청소기 아니에요?”
“맞아, 청소기. 근데 이게 개미 마니아들 사이에선 채집용으로 써. 흡충기라고 부르지.”
“네? 흡충기요?”
그랬다. 개미를 사육하는 다소 징그러운 취미를 가진 마니아들은 이 청소기를 ‘흡충기’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국내엔 개미 마니아가 소수지만, 중국이나 해외에선 꽤 대중화된 취미란다. 마니아들 세계는 늘 넓고 깊다.
“이런 건 어디서 사요?”
“중국산이야. 나도 구매대행으로 샀어.”
“아… 구매대행…”
그날 밤 나는 ‘흡충기’란 단어로 인터넷을 뒤졌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는 단 한 명의 판매자만 있었다.
‘다들 여기서 샀겠군…’
타오바오에 들어가 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1/3 수준이었다.
‘뭐야, 엄청 남겨 먹는구먼.’
다음 날 집으로 온 나는 흡충기를 내 스마트스토어에 올렸다. 한 개당 1만 원 남는 가격으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기존 판매자보다는 저렴한 판매가였다.
그리고 개미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개미 카페에 가입했다. 회원 수는 무려 3만 명. 이토록 많은 이들이 개미를 사랑하다니… 가입 승인이 나자마자 나는 슬쩍 게시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랬다.
“흡충기가 고장 나서 급하게 하나 더 주문했어요. 이번에 좀 저렴한 곳 발견해서 공유합니다.”
그리고 내 판매 링크를 슬쩍 첨부했다. 흔히 말하는 카페 바이럴 마케팅.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꿀 정보 감사해요.”
“와, 저도 하나 사야 했는데 ㄳ ㄳ”
“구매 ㄱㄱ”
졸지에 난 꿀 정보를 공유한 착한 카페 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흡충기는 꽤 잘 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00개가 나갔다. 한 개 팔면 만 원, 100개를 팔면 백만 원. 단순한 산수지만 초기 자본금 70만 원을 순식간에 회수했다. 점점 욕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량도 종종 있었기에 그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였다.
장사는 정보 싸움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상한 취미 하나가 황금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