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불만은 반복된다

by 오분레터

한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문이 들어왔다.

"지이~~~~ 잉"

"지~~~ 이잉"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진동은 언제나 갑작스러웠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회의 중이든, 식사 중이든, 퇴근길이든 주문 알림은 가리지 않았다. 12시를 넘긴 새벽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가 잠들 것만 같은 깊은 밤에도 주문을 알리는 알림은 나의 단잠을 깨우며 울려댔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잠을 안자나?'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마음 한편에는 미소가 퍼졌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구나' 이 생각 하나에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주문 처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모든 과정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했다. 주문 알림이 울리면 회사 업무를 보다가도 눈치껏 자리를 빠져나가 주문을 처리했다.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그곳은 제3의 사무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결과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은 부쩍 늘었고, 없던 변비라도 만들어 내야만 했다. 주문은 터치 몇 번 만으로 처리되었고 제품은 어느새 고객의 집으로 배송될 준비가 되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판매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뷰와 클레임도 자연스레 축적되었다. 처음에는 고객의 만족스러운 별점 후기에 기분이 좋았다. 대부분 5점 만점에 5점이었다.

"가성비 최고예요!"

"싼 가격에 아주 잘 샀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고객의 만족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춤까지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클레임도 함께 쌓여만 갔다. 대부분의 고객 claim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다 좋은데 배송이 너무 느리네요."

"흡입부 연결부가 파손되어 왔어요."

배송 지연은 해외구매대행 특성상의 문제였고, 제품 파손은 제조사의 품질 문제였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모든 책임은 '판매자'인 나에게로 돌아왔다. 판매를 계속하기 위해서 나는 고객 claim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했다.


해외에서 배송되는 상품은 배송이 느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물류 시스템이 많이 좋아져서 일주일(3일, 5일 배송도 있다)이면 도착하지만, 그 당시에는 기본이 2주였다. 운이 없으면 한 달이 걸리기도 했고, 가끔은 아예 사라져 영원히 받아볼 수 없는 경우도 더러 발생했다. 배송 조회 화면에 ‘배송중’이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그 뒤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면 고객보다 내가 더 불안했다. '또 고객이 지* 하겠네..., 어떻게 하지...' 고객의 claim은 나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로 찾아왔다.


‘어떻게 해야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항공 운송이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항공 운송비는 배보다 두 배 이상 비쌌고, 그에 반해 시간 차이는 고작 하루였다. 바로 옆 나라에서 오는 길이니, 굳이 하늘길로 날릴 이유가 없었다. 그 하루를 위해 두 배의 비용을 감당할 순 없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그건 바로 국내 배송이었다.


해외에서 제품을 발송하는 시스템으로는 고객의 기대를 맞추기 어려웠다. 2주를 기다리는 것과, 1~2일 만에 물건을 받는 건 단순한 ‘시간 차이’ 이상의 문제였다. 고객의 신뢰, 반복 구매, 리뷰까지 모두 연결되는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재고를 들여와 직접 보내보자.’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턱대고 재고를 쌓아두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로, 공간이 없었다. 사무실은커녕 창고조차 없었다. 아파트 방 한 칸이 전부였다. 그 방 한쪽에는 책상과 컴퓨터가 놓였다. ‘공간’이라는 말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재고를 구매할 자본금이었다. 고작 아내에게 빌린 70만 원으로 시작해, 그중에 절반은 이미 컴퓨터 구매 비용으로 쓰인 후였다. 창업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금액이었다.


세 번째는 인증 문제, 그중에서도 KC인증이었다. 전자제품을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사전에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인증이 없으면 세관에서 걸러지고, 심한 경우 제품이 폐기되기도 한다. 원칙상 KC 인증 대상 품목은 인증 없이는 수입, 유통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배송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단 20개만 조심스럽게 주문했다. 가슴을 졸이며 통관 절차를 지켜봤다. 운이 좋았는지 첫 주문은 세관을 무사히 통과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나의 간이 조금은 커졌는지 그다음엔 50개씩, 나와 아내 이름을 번갈아가며 통관을 시도했다. 수법이라기보다 생존 방식이었다. 운이 좋게도 단 한 번도 세관에 걸리진 않았지만, 매번 통관 조회 창을 열 때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마음은 늘 쫄보 모드였다. 그렇게 재고를 조금씩 쌓아갔다.


배송 다음으로 마주한 건 제품 불량 문제였다. 특히 흡입구 연결 부위가 약했다. 누가 봐도 부실해 보이는 구조였다. 실제로 10개 중 1~2개는 불량이 나왔다. 작은 숫자 같지만, 고객 입장에선 치명적이었다. 고객 한 명을 잃는 건 그저 숫자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판매자에게 채팅을 걸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제품의 문제점과 사진을 함께 보냈다. 말이 제대로 통하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어찌어찌 내 뜻은 전달됐다. 여분의 부품을 함께 보내달라는 요청에 그는 흔쾌히 "OK"를 외쳤다. 예상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두 번째 문제도 해결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나는 매일이 시험대 위에 선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없었고, 어디에도 물어볼 곳이 없었다.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한 건 불완전한 실행이라도 그냥 해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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