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70만 원으로 시작한 쇼핑몰이었다. 처음엔 그냥 매달 10만 원만 벌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밤마다 검색창에 '스마트스토어 시작하기'를 쳐보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퇴근 후 상품을 등록하고, 새벽엔 키워드를 정리하고, 낮에는 틈틈이 주문을 처리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주문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매일 알림이 울릴 때마다 의심했다. ‘진짜 계속 이렇게 팔리는 걸까?’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처음엔 ‘운 좋게 하나쯤 팔린 거겠지’ 했던 것이 월 매출 50만 원을 넘었고, 100만 원이 가까워지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건 사업자 등록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계속 판매를 이어가려면, 사업자 등록이 필요했다. 사업자등록 없이 계속 판매를 이어가다간 자칫 스토어가 정지될 수도 있었다. 애써 키운 내 스토어가 갑자기 닫히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원이었고, 회사는 겸업을 엄격히 금지했다. 입사할 때 썼던 계약서에도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회사의 허가 없이 타 사무에 종사하여 회사의 정상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겸업, 겸직, 이중취업은 취업규칙 제34조(금지사항), 제124조 징계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하필 그때쯤 징계위원회 결과가 공지되었다. 그중 한 명은 쇼핑몰을 운영하다 회사에 발각되었고 감봉을 당했다. 그 일 이후로 컴퓨터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센터 화면을 띄우는 순간조차 누가 등 뒤에서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인터넷 접속 기록을 누군가 파헤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업자 등록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물게 되고, 최악의 경우 스토어가 정지될 수도 있었다. 반대로 등록을 했다가 회사에 들키면, 정말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다. 고민 끝에 아내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기로 결심했다. 겸업 금지 조항을 어기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사업자 등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인터넷으로 몇 가지 서류만 등록하면 끝. 등록증이 발급되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내 이름은 없지만, 이제 우리도 사장이다.’ 통신판매업 신고까지 마치자 아내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제 나, 사장이네?” 맞다. 실제 사장은 아내였고, 나는 그저 바지 사장이었다. 상품 기획, 고객 응대, 포장, 배송까지 모든 게 다 내 일이었다.
이쯤에서 궁금해질 수 있다. 굳이 아내 명의로까지 돌려야 할 만큼, 회사에서 정말 그렇게 쉽게 알게 되는 걸까? 사실 대부분은 회사가 겸업을 알 수 없다. 회사가 겸업 사실을 알아채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에서 통보가 들어올 때 정도다.
예를 들어, 사업소득이 커지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이때 보험공단에서 회사에 ‘부업 소득 있는 것 같은데요?’ 하고 질의할 수 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간 사업소득이 4,800만 원을 넘으면 이중가입이 되는데, 그때 공단에서 회사로 연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들도 정확한 정보를 가진 건 아니다. 그냥 소득이 있다는 ‘정황’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정황을 가지고도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가족 명의로 등록하는 것이다. 절대 지인과 친구 명의를 빌리는 건 금물이다. 이름만 빌리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친구나 지인 이름으로 했다가 관계가 깨진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 처음엔 ‘우리가 남이냐’ 하지만 결국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돈이 얽히면, 마음도 엇나간다.
나는 매일 퇴근 후, 아내 명의 계정으로 쇼핑몰에 로그인했다. 상품을 등록하고 주문을 확인한다. 사장이라 불릴 일도 없고, 간판도 없다. 다만 하나 있다면, 내가 스스로 만든 길이라는 점이다. 본업이 막아섰지만, 나는 돌아갔고, 끝내 내 길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인생까지 허락받을 필요는 없다. 내 스스로 일군 바지사장이 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