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충기의 판매는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거침없이 추격해 왔다. 1만 원이던 마진은 9천 원, 8천 원, 5천 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해외구매대행이란 본래 그런 법이다. 누구나 물건을 살 수 있고, 조금만 마음먹고 노력하면 누구나 판매도 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구조다. 더 이상 흡충기 하나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돌 굿즈였다. 대부분의 쇼핑 카테고리 키워드를 조사하던 어느 날, ‘아이돌 굿즈’ 카테고리를 살펴보게 되었다. 익숙지 않은 아이돌 그룹 이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SES, 핑클, 소녀시대 이후로는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는 내 눈에, 낯설면서도 신선한 이름들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이름이 있었다. 바로 BTS였다. 아무리 대한민국 아재라도 BTS 정도는 안다. 역시 난 신세대... 미안하다.
잠깐 BTS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고 싶다. 아내가 경남 통영시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주거래 은행은 우리은행이었는데,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이 아내에게 자랑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 아들이 가수로 데뷔했어요. BTS라고.”
“정말요? 과장님, 축하드려요~”
아내는 그때 BTS인지 BTX인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그분의 아들이 ‘뷔’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BTS가 유명해지자, 그분은 서울 지사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아마 지금은 그만두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BTS 하면 늘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BTS 관련 키워드의 검색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미봉’, ‘포토카드’ 관련 키워드와 상품들이 즐비했다. 중국 커머셜 사이트에서도 BTS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왔는데, 국내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다. 그렇다. 그건 짭이었다. 그리고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짭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상품을 등록한 그날,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문제 생기지는 않을까?’
여러 걱정이 머리를 스쳤지만, 나 말고도 판매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다.
‘괜찮으니까 다들 파는 거겠지.’
그렇게 나는 약 2주간 판매를 이어갔다. 소비자들도 짭임을 알고 구매하는 듯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 대담함은 BTS를 넘어 다른 아이돌 상품으로도 확장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제목만 보고도 직감할 수 있었다.
“어거 x 됐다.”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수신 : OOO 대표자 OOO
발신 : 법률사무소 OO 대표변호사 O O O
안녕하세요.
본소는 주식회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법률대리인으로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대리하여 본 메일을 보냅니다.
"방탄소년단(BTS)" 지식재산권 침해행위 중지 요청에 대한 내용증명(첨부파일 참조)을 메일로 전달드립니다.
본 건에 관련하여 문의할 사항이 있는 경우 하기 연락처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담당자 : OOO 연락처 : 02-OOOO-OOOO E-mail : OOOO@OOOlaw.com
만약 본 메일을 받으신 후에도 연락이 없거나 회신이 없는 경우 이에 관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보하오니 이 점 유념하시기 바라며 조속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메일에는 [경고장]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본소는 OOO으로서, OOO 상표를 보유한 상표권자입니다. 귀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당사 상표 및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며, 침해금지 청구 및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본 경고장을 받는 즉시 관련 상품을 모두 삭제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 경위, 내역, 그리고 거래 정보 일체를 제공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면 확약서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그날, 나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판매 중이던 모든 굿즈 상품을 삭제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요청한 소명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했다. 판매내역을 정리해 보니, 나에게 남은 수익은 겨우 20만 원 정도였다. 나는 침해 사실을 시인했고, 재발 방지 각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법률사무소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해당 건을 종결해 주었다.
‘고작 20만 원 벌자고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그 뒤로 나는 저작권과 상표권에 관련된 상품은 절대 다루지 않게 되었다. ‘이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번 돈은, 언제든 그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나의 욕심과 무지로 인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짭은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