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임파서블, 객단가를 올려라

by 오분레터

BTS 사건이 정리된 후, 다시 쇼핑몰에 집중했다. 굿즈 상품들을 모두 삭제하고 나니, 간간이 팔리는 건 흡충기뿐이었다. 애초 목표는 매달 용돈 10만 원만 더 벌자는 것이었고, 그 목표는 이미 달성했지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흡충기가 언제까지 잘 팔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판매량을 늘리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을까.
객단가란 고객 한 명당 평균 매출액을 말한다. 한 명이 여러 제품을 사면, 자연스레 객단가도 오르고 마진도 올라간다.


객단가를 올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게 업셀링, 즉 더 비싸고 더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비교하면 할수록 눈이 높아진다. 가만히 생각해 봐라, 당신 얘기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번들 구성이다. 관련 제품을 묶어서 세트로 파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크로스 셀링, 함께 쓰면 좋은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과 관련된 제품을 제안하면, 함께 구매 확률은 높아진다. 객단가는 자연스레 오른다. 나는 이 크로스 셀링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흡충기를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연히 개미를 사육하는 마니아들이다.'
'그렇다면, 개미를 기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생각에 이르자 무언가 번뜩였다. 오랜만에 가입해 둔 개미 카페에 들어가, 마니아들이 올린 사육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다들 개성 있는 사육장에서 개미를 기르고 있었다. 타워형 구조, 낮고 넓은 평면형, 실제 땅속처럼 만든 구조 등 다양했다.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며 생각했다.

‘올커니, 바로 이거지.’


바로 중국 커머스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물론, 한글로 검색해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영어와 중국어로 제품을 찾았다. 개미 사육장은 이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에서 해외구매대행 방식으로 팔리고 있었다. 원가 대비 마진은 최소 2배 이상. 마진이 높다는 건 경쟁이 적다는 뜻이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지 못할 상품이니 당연하다. 누가 개미 사육장을 팔 생각이나 하겠는가?


나는 수십 개의 사육장을 찾아 스마트스토어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꾸준히 팔리고 있는 흡충기 상세페이지에 ‘함께 구매하면 좋은 상품’으로 개미 사육장을 연결했다.


결과는 꽤 놀라웠다. 개미 마니아들은 흡충기만 사지 않았다. 대부분 개미 사육장을 함께 구매했다. 자연스레 매출은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흡충기는 집에 재고를 두고 바로 발송했지만, 사육장은 중국에서 배송되는 해외 배송 제품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함께 주문했는데, 하나는 2일 만에 오고 다른 하나는 2주의 시간이 걸리니 당연히 불만이 생겼다.


그렇다고 수십 개 종류의 사육장을 전부 재고로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많이 팔리는 몇 가지 제품만 소량으로 보유해 국내배송으로 전환했다.


쇼핑몰을 운영할수록 방 안은 재고들로 점점 채워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싫지 않았다. 눈앞에 쌓인 물건들이 다 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도 아무 불평 없었다. 아마도 아내 역시, 돈이 좋았나 보다.


이후에도 나는 개미 관련 상품들을 하나씩 발굴하며, 크로스 셀링 전략에 적극 활용했다. 개미에게 물을 공급하는 급수 타워, 햇빛을 차단해 주는 가림막, 개미가 사육장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탈출 방지 파우더까지.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은 끝도 없이 나왔다.


덕분에 내 방은 점점 재고들로 좁아졌고, 바닥엔 박스가 굴러다니고, 선반은 제품으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방 한켠은 이제 창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이 문의를 남겼다. 말투를 보니 아마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인 듯했다.


“아이가 사달라고 해서 보고 있는데요. 혹시 개미도 함께 판매하시나요?”

나는 정중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개미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답장을 보내고 난 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개미도 같이 팔 수 있지 않을까?’


그 길로 다시 개미 카페에 들어갔다. 예상보다 많은 회원들이 개미를 ‘분양’하고 있었다. 개미 종류는 다양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개미는 한 마리에 몇천 원, 어떤 종은 수만 원이 넘기도 했다. 나는 초보자들이 키우기 좋은, 비교적 흔한 종을 선택했다.


택배로 도착한 작은 원형 모양의 통에는 신여왕 개미 한 마리, 일개미 2~3마리, 그리고 몇 개의 알이 있었다. 작고 투명한 플라스틱 통 안에서 개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생명을 다루는 책임감이 어깨를 눌렀다. 그렇게 나는 흡충기로 시작해, 개미 사육장과 관련 용품을 거쳐, 결국 살아 있는 개미까지 판매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미 판매는 오래가지 못했다.


살아 있는 생명을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내는 일은 마음 한켠이 늘 불편했다. 조심히 포장하고, 배송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혹시라도 도착한 개미가 죽어 있다면 어쩌나, 아이가 실망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이 계속되었다. 결국, 개미 판매는 중단하기로 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화면 캡처 2025-06-26 080134.jpg 아크릴로 제작된 개미사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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