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0원 vs 10,000원

가격 경쟁력이 없을 경우 대안은?

by 오분레터

인천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소싱한 제품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고속도로의 풍경이 유독 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내 앞날을 희망과 기대로 가득했다. 제품은 마음에 들었다. 단단한 마감, 깔끔한 외형, 무엇보다 KFI 인증까지 받은 국산 제품. 품질은 말할 것도 없었고,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다. 문제는… 39,000원의 가격이었다.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되는 중국산 제품들의 가격은 대부분 1만 원 초반. 대충 계산해도 세 배가 넘는 가격 차이다. 같은 '경보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그냥 비슷한 제품 중 하나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했다. 문제는 그 ‘비슷한’이라는 착각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구매할 때, "이거 정말 안전한가요?"라고 제조사를 추적해 보는 일은 드물다. 대개 리뷰 몇 개 훑어보고, 적당한 가격과 평점이면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러니 이 제품을 팔기 위해선, 사람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적당한 가격’의 기준을 흔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판매 전략이 필요했다. 1만 원대 중국산과 맞짱 뜨려면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 무기는 바로 '공포 마케팅'이었다.


먼저 시장 조사부터 철저히 했다. 중국산 경보기 리뷰를 몇백 개나 읽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뷰를 긁어모았다. 눈이 침침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배터리가 2주 만에 나갔어요", "삐삐 소리가 너무 작아요", "연기 감지가 안 돼요", "1개월 쓰다가 고장 났어요", "AS 연락이 안 돼요"


이런 식의 리뷰들이 즐비했다. 마감 품질 엉망, 배터리 수명 형편없음, 오작동 일상다반사.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상세페이지를 구상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더 임팩트 있는 게 필요했다. 고객들의 마음을 확실히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그때 생각난 게 몇 매년 발생하는 사망사고 뉴스였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가족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흘려들었던 뉴스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이건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었다.


상세페이지 맨 위에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 기사를 스크랩해서 붙였다. 무서우면서도 현실적인 경고였다. 고객들이 페이지에 들어오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메시지였다.

"작년 00월, 강원 000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0명 사망"

이 한 줄로 시작했다. 그리고 한 방을 날렸다.

"중국산 경보기는 당신의 가족을 살릴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레전드 카피였다. 공포심을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됐다. 공포만 조장하고 끝나면 그냥 협박이 되어버린다. 해결책을 제시해야 했다.

뒤이어 왜 국산 경보기를 써야 하는지, KFI 소방안전 인증이 왜 중요한지 열심히 설명했다. 마치 안전 전도사가 된 기분이었다.


"KFI 소방안전 인증은 대한민국 소방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인증 시스템입니다. 중국산 경보기 대부분은 이 인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종이 한 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 작동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쭉 이어나갔다. 기술적인 내용도 넣었지만, 최대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왜 이 제품을 선택했는지, 인천까지 달려간 이유는 무엇인지 스토리를 넣었다.

"저 역시 처음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경보기를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서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 후회해도 늦습니다."


개인적인 스토리를 넣으니 훨씬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결정적인 한 방을 더 날렸다.

"만 원짜리 중국산 경보기에 당신 가족의 생명을 맡기실 건가요?"

이 멘트 앞에서 가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족의 생명과 3만 원의 차이를 저울질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며칠 후 첫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 알림음이 울렸을 때의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급하게 주문 내역을 확인했다. 그 순간 정말 짜릿했다. 내 카피가, 내 전략이 실제로 먹혔다는 증거였다. 그다음부터는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루에 3~4개씩, 때로는 10개씩도 나갔다. 뭔가 톱니바퀴가 돌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결과는? 나름 대박이었다. 리뷰들이 쏟아졌다. "믿고 구매합니다", "제일 안전하다고 해서 구매했어요~", "국산이라 믿음이 갑니다." 읽으면서 뿌듯했다. 내가 만든 카피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거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다.

"처음엔 가격 때문에 망설였는데, 상세페이지 보니 정말 무서워지더라고요. 우리 집에도 가스레인지가 있는데 혹시 모르잖아요. 비싸더라도 가족 안전이 우선이죠.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리뷰를 보면 내 전략이 정확히 먹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 거였다. 물론 모든 리뷰가 찬사는 아니었다. "다 좋은데 비싼 건 어쩔 수 없네요", "비싼 만큼 제 값 하겠죠?" 같은 리뷰를 남기는 고객도 있었다. 처음엔 이런 리뷰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였다. 밤새 뒤척이기도 했다.


"역시 너무 비싼 건 아닐까?" "가격을 좀 더 낮춰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제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사실 가격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경쟁사들은 점점 더 저렴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었다. 8,000원짜리도 나오고, 심지어 5,000원짜리도 등장했다.


그럴 때마다 흔들렸다. '나도 가격을 내려야 하나?'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치킨 게임이 되어버린다. 누가 더 싸게 파느냐의 경쟁.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대신 가치에 집중했다. 39,000원이 비싼 게 아니라 가족의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루 100원으로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을 재포장했다. 39,000원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 100원 정도였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소비자들의 소구점을 정확히 찌른 덕에 가장 큰 약점인 가격이 무마되었다. 안전, 생명을 지키는 제품이라는 포지셔닝이 효과를 본 거였다. 그 결과 하루 매출 5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하고, 비록 두 달뿐이긴 하지만 한 달 매출 1억을 달성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매출이었다. 하루 매출 500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20개를 판매해야 한다. 한 개를 판매하면 대략 만 원이 남는다. 대충 계산해도 하루 이익이 120만 원이었다. 한 달 매출 1억이면 2,500개를 팔아야 하고 이익은 무려 2,500만 원이다. 이때는 정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진심에서 나와야 한다. 거짓말이나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고객을 위한 마음에서 나온 메시지 말이다. 그래야 고객들도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연다. 그게 바로 온라인 쇼핑몰의 진짜 성공 비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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