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매출 1억
2021년 10월,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이 사무실 창문 틈새로 스며들던 날이었다. 달력을 보니 벌써 10월 중순. 캠핑족들에게는 난로와 전기장판이 필수템이 되는 시기다. 도심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산속 캠핑장의 밤공기는 벌써 제법 차갑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본업인 회사로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아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울려대는 주문 알림 진동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위이잉~", "위이잉~" 평소처럼 한 시간에 한두 개씩 들어오는 주문들. 나는 그 소리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오후 2시쯤부터였을까. 뭔가 달랐다. 평소와는 다르게 자주 진동이 울렸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어? 뭐지?" 10분도 안 되어 또 주문이 들어왔다. 이상하다 싶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새 주문이 하나 더 들어와 있었다. 그러고는 5분 후, 또다시 "위이잉~", "위이잉~"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가을 캠핑 시즌이니 주문이 좀 몰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알림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5분 간격으로, 때로는 3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울려댔다. 너무 자주 울리는 진동음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한 번씩 내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책상에 올려둔 핸드폰을 조심스레 주머니로 옮겨 넣었다.
잠시 뒤 손에 잡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고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판매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했다. 주문 현황을 확인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오늘 주문 건수: 20건.
새로고침을 누르자 신규 주문은 그 사이에 35건으로 늘어나 있었다. 다시 새로고침. 50건. 또 새로고침. 70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루 최대 주문량이 10건을 넘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후 한 시간 만에 이미 그 기록을 몇 배나 뛰어넘고 있었다. 더 이상 업무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깟 업무가 문제가 아니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5분마다 새로고침한 화면에는 또다시 새로운 숫자가 박혀 있었다.
80건, 90건, 100건...
숫자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다. 혹시 시스템 오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문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모두 실제 주문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상품을 주문하고 있었다.
바로 일산화탄소 경보기였다.
이 정도 주문량이라면 재고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평소 일주일치 판매량이 하루 만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둘러 공급업체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 이상하게 주문이 막 몰리고 있는데요. 재고가 지금 얼마나 있으신지 확인 가능할까요?"
"아, 그러게요. 저희도 오늘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뭔 일인가 했는데요."
대표님의 목소리에서도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확인해 보니까 사고가 하나 있었더라고요."
"사고요?"
"네, 캠핑 중에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있었는데, 사망사고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대표님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아... 네, 그렇군요."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는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그 사고 때문에 나는 예상치 못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마냥 기뻐할 수도,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좋긴 한데, 이런 사고 때문이라니 기분이 좀 그렇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대표님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수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사고 내용을 찾아보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날의 사고는 이랬다. 승합차를 개조한 캠핑카에서 난방을 위해 LP가스 난방기구를 사용했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났고, 결국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환기만 제대로 해줘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정말 안타까웠다.
오후 6시가 되자 주문 건수는 120건을 넘어섰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 주문이 들어왔고, 집에 돌아가서도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그날 밤 11시 59분, 마지막 집계를 확인했을 때의 매출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루 매출: 5,247,000원.
처음으로 500만 원을 넘긴 날이었다. 아니, 그냥 넘긴 게 아니라 단숨에 뛰어넘었다. 수익으로 계산하면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하루에 100만 원이라고?'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하루 100만 원이면 한 달에 3,000만 원, 1년이면 3억 6천만 원이다. 내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회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이런 매출이 매일 나올 리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매출은 안타까운 사고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아니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달 총매출은 1억 원을 넘겼다. 이 역시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본업인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정해둔 원칙이 있었다. 최소 3년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본업을 그만둔다는 것.
지금 생각해 봐도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하시는 분도 있고,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본업으로 뛰어드시는 분도 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만은 꼭 말하고 싶다. 온라인 쇼핑몰은 반드시 본업을 유지한 상태에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건 절대적인 조언이다.
온라인 쇼핑몰 초기부터 매출이 나오고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사실 몇 개 월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접는 게 맞다고 본다.) 그 기간 동안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다면 절대 버티기 어렵다. 결국 여기저기 손을 벌리거나 대출을 받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멘털이 온전할 수가 없다. 결국 조급함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고, 될 일도 안 되게 만든다. '온라인 쇼핑몰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정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날의 500만 원 매출은 분명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건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었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으며, 진짜 성공은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것 말이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매출이 급증하는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큼 극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누군가의 불행 때문에 매출이 오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안전한 캠핑을 위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찾는 지인들에게는 늘 이렇게 말한다.
"환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만약을 위해 꼭 경보기가 필요해."
그 작은 기계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