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한때는 고기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는 게 건강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많은 건강 프로그램이나 기사들이 ‘채식 위주 식단’의 효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특히 50대 이후에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근육이 빠르게 줄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30대부터 매년 1%씩 줄어든다는 말이 있는데, 50대에 들어서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건 단지 몸이 처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낙상 위험, 당뇨, 관절통, 기초 대사량 저하, 심지어 무기력감과 우울함까지, 모두 근육 감소와 관련이 있다.
우리 몸에 근육을 지키기 위해선 단백질 섭취가 핵심이다. 물론 식물성 단백질도 도움이 되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갖고 있는 아미노산 조합은 인체가 흡수하기에 더 효율적이다. 쉽게 말해, 고기에서 얻는 단백질이 더 직접적으로 근육 형성에 기여한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기는 건강에 나쁘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는 것. 콜레스테롤, 지방, 소화 부담 같은 걱정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모든 고기가 나쁜 건 아니다. 적당량의 살코기, 기름기 적은 부위, 잘 조리된 고기는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도우미가 된다.
육식을 권한다고 해서 매끼 삼겹살을 먹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양의 고기, 예를 들어 하루 한 끼,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살코기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화가 생긴다. 나이 들어 기운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단백질 섭취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고기’ 일 수 있다.
유산소보다 근력운동이 먼저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유산소부터 떠올린다. 걷기, 뛰기, 자전거, 줄넘기… 숨이 차야 운동한 것 같고, 땀을 흘려야 뭔가 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50대는 체중 관리에 민감한 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을 더 많이, 더 오래 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법만으로는 건강을 오래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몸무게보다 중요한 건 근육량이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육을 지킬 수 없다. 오히려 잘못하면 근육까지 소모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대사량이 떨어지고, 체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육은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 근력운동은 그런 몸의 변화에 맞서 싸우는 일종의 방패다.
처음부터 무거운 걸 들 필요는 없다. 맨몸 스쾃, 벽 밀기, 가벼운 아령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주 2~3회, 30분만 투자해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유산소는 하루 이틀 쉬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근력운동은 일주일만 건너뛰어도 근육이 줄어든다. 그만큼 나이 들수록 근육은 쉽게 빠지고, 회복은 더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력운동은 단순히 몸을 튼튼하게 하는 걸 넘어서,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효과도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달라지고, 걸음걸이가 바뀌며, 어깨가 펴진다. 그런 변화는 운동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50대에 들어선 지금, 내 몸을 다시 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산소보다 근력운동이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
“물 많이 마셔야 건강해진다”는 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탈수를 조심해야 한다며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라는 조언도 많다. 그래서 억지로 물을 들이붓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물은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 좋을 수 있도록 잘 마시는 게 중요하다.
50대 이후에는 몸의 항상성 유지 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 땀이 덜 나고 갈증도 덜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만 물이 부족해도 몸이 금방 피곤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신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다. 특히 아침 기상 직후, 식사 30분 전, 운동 전후, 잠들기 전. 이 타이밍만 잘 챙겨도 하루에 필요한 수분 섭취는 충분하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 한 모금씩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몸이 가벼워지고, 변비나 두통도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꼭 ‘물’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미지근한 보리차, 국물, 과일, 채소에 들어 있는 수분도 다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몸이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기보다, 내 몸의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챙긴다는 느낌이면 충분하다.
과일은 몸에 좋다? 꼭 그렇진 않다
과일은 당연히 건강식이라고 생각한다. 비타민도 풍부하고, 수분도 많고, 식이섬유도 들어있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특히 혈당이나 체중을 신경 쓰는 시기가 되면, 과일을 그저 좋은 음식이라고만 보기 어려워진다.
수박 한 조각, 포도 몇 알, 바나나 하나. 생각보다 당분이 꽤 높다.
특히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 되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내장지방으로 바뀔 수 있다. 게다가 과일은 먹기 쉬우니까 양 조절도 어렵다. 한두 입이었는데 어느새 한 접시를 비우게 된다. 혈당은 금세 올라가고, 에너지는 잠깐 반짝였다가 더 피곤해지기도 한다.
무조건 피하라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복에 과일만 먹거나, 밤늦게 과일을 먹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다. 식후 디저트로 한두 조각 정도, 그것도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 위주로 고르면 훨씬 낫다. 예를 들어, 사과나 베리류, 자몽 같은 과일은 상대적으로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무엇보다 ‘몸에 좋다’는 말이 언제나 내 몸에도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예전에는 괜찮았던 게 지금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과일도 그중 하나다. 그저 ‘좋은 음식’이라는 이미지에 기대기보다, 지금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중심에 두는 게 더 현명하다.
가볍게 먹되, 가볍게 넘기지 말자. 달콤함엔 늘 대가가 따라온다. 조금 덜 먹는 게, 오히려 내 몸에 더 달콤할 수 있다.
한두 끼는 굶어도 괜찮다
‘하루 세끼는 꼭 먹어야 한다’는 말, 어릴 땐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몸이 먼저 느낀다. 아침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점심 먹고 나면 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바로 눕고 싶어진다. 먹고 나서 힘이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순간들. 몸이 보내는 신호다.
50대 이후엔 소화력과 대사 능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만큼 예전처럼 먹어도, 에너지로 쓰기보단 지방으로 저장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조금 덜 먹는 용기’다. 한두 끼 정도는 가볍게 넘기거나, 공복 시간을 의식적으로 늘려보는 것.
요즘 화제가 되는 간헐적 단식이 꼭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이들이 경험을 통해 증명해가고 있다.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몸이 쌓인 에너지를 태우기 시작하고, 인슐린 감도가 개선되며, 내장지방과 염증 수치가 내려간다. 무엇보다 속이 가벼워진다.
꼭 배고픔을 참으라는 게 아니다. 배고픔을 느낄 여유를 주는 것. 그리고 그 배고픔이 오기 전엔 굳이 억지로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몸이 먼저 안다. 처음엔 두려울 수 있다. ‘기운이 빠지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루 한두 끼는 덜 먹어도 큰일 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의 리듬을 다시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답은 없다. 단지 예전의 기준이 지금도 맞는지는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꼭 세끼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 몸이 괜찮다면, 그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