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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10만 원만 더 버는 게 목표였는데

by 오분레터

2018년 10월, 나는 세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다. 경상남도 거제에서 충청북도 청주까지 머나먼 길을 옮겨야 했지만, 연봉 30% 인상, 대기업 복지, 교통과 교육의 지역적 이점 등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리석게도 평생 만족하며 다닐 줄 알았다. 딱 2년 동안은 그랬다.


당연하게도 2년이 지나자 연봉은 부족해 보였고, 복지는 경쟁사 대비 구멍 투성이처럼 느껴졌다. 역시 남과의 비교는 절대 금물이다. ‘이대로는 평생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내 용돈은 월 10만 원이었다. 10만 원으로 살아보았는가? 말이 좋아 10만 원이지, 직장인이 그 돈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지인과 저녁이라도 한 끼 하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내 친구 중엔 용돈이 5만 원인 사람도 있었다. 그와 비교하면 난 귀족이었다. 언제나 극단적인 예시는 좋은 사례가 되지 못한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불끈 솟은 투지를 안고 용돈 인상을 요구했다. 내 친구들과 아내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나는 강한 용돈 인상안을 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시 뭉쳐야 산다. 대한민국 노조가 왜 그리도 뭉쳐서 큰 소리를 내는지 이 날 난 피부로 깨달았다. (고맙다 친구들아) 무려 100% 인상이었다. 2020년, 내 용돈은 드디어 20만 원이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5년인 지금도 여전히 20만 원이다. 매년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내 용돈은 언제나 그 자리다. 어딘가 분명 크게 잘못됐다.


회사에 대한 만족이 사라져 갈 때쯤, 유튜브에서 처음 본 사람이 ‘신사임당’이었다. 그러니까 10만 원으로 근근이 버티던 시절, 그는 내게 하나의 빛이었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 말하던 그 사람. 그의 돈 버는 무기(?)는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신사임당'은 게임회사에 다니다 관둔 친구에게 쇼핑몰을 알려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창업 다마고치>라는 시리즈였고, 조회수는 압도적이었다. 40편이 넘는 영상들을 매일 강의처럼 쳐다봤다. ‘이게 진짜 되나? 나도 할 수 있을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그즈음부터 너도나도 유튜브에 온라인 쇼핑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신사임당, 향기 TV, 자모…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채널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넋 놓고 봤다. 마치 종교 영상 보듯 한 달 넘게 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상이 다 거기서 거기네. 그냥, 일단 한번 해볼까?”


용돈 10만 원만 더 벌어보자는 단순한 목표였다. 그렇게, 나의 온라인 쇼핑몰 도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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