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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자본금이요? 70만 원이요.

by 오분레터

용돈 10만 원을 벌겠다는 나의 단순한 목표로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 그 출발점에서 내가 가진 자본금은 단돈 70만 원이었다. 당시 용돈으로 한 달에 20만 원을 받던 찌질한 상황이었다. 그런 나에게 70만 원이 어디 있었겠는가? 결국 높으신 아내에게 손을 벌렸다. 아내에게 무기한 상환 조건의 사채를 끌어다 썼다. 물론 무이자였다. 당시에는 웃으며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그렇게 마련한 내 첫 장사 자금은 현금 70만 원,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사채를 끌어 썼으니 실패하면 죽... 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돈으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사를 위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바로 컴퓨터였다. 인터넷 기반 사업에서는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은 결혼 초기에 구매한 것으로, 이미 10년이 훌쩍 넘은 고물이었다. 부팅만 하려 해도 윈도우 화면이 버벅거리고, 엑셀 하나 실행하는 데도 인내심을 시험하던 상태였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조립식 데스크톱을 사기로 결심했다. 물론 아주 저사양으로. 게임은 전혀 하지 않으니 인터넷과 엑셀만 잘 돌아가면 충분했다.


나는 여러 조립 PC 매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청주 외곽의 매장부터 중고나라까지 전전하며 알아본 끝에, 마침내 30만 원 남짓한 데스크톱 컴퓨터를 한 대 구매했다. 지금 이 글도 그 컴퓨터로 쓰고 있다. 벌써 5년째다. 모니터는 중고로 5만 원에 구입했고, 키보드와 마우스는 묶어서 만 원에 해결했다. 그렇게 총 36만 원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내 첫 인터넷 쇼핑몰을 위해 쓴 첫 비용이었다.


쇼핑몰을 시작할 때 나는 ‘최소 리스크’를 철칙으로 삼았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누구에게도 금전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이었다. 사무실도 필요 없었다. 내 방 한 칸이면 충분했다. 작은 책상 하나, 그 위에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 방은 곧 나의 사무실이 되었고, 작은 공간은 내 꿈이 자라날 씨앗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부모님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듯, 나도 작은 시골마을의 소박한 아파트 방 한 칸에서 내 첫 사업, 아니 장사를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여기서 나의 업적도 시작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은 ‘업무와 생활공간은 분리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먼저 사무실부터 구한다. 심지어 월세가 나가는 공유 오피스를 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왜냐하면 돈 때문이다. 아직 아무런 수익도 없는 상태에서 고정비를 늘리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하면 충분했다.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태도였고, 나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었다.


70만 원의 자본금 중에서 36만 원이 컴퓨터 세팅에 들어갔다. 남은 34만 원은 첫 상품을 사입하는 데 쓰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34만 원으로 무슨 물건을 얼마나 들여와서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그런 말은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세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선이다. 나는 그 34만 원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내 첫 쇼핑몰은 그 해 9개월 동안 약 8,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게 나의 시작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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