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던 시절이 나를 만들었다.

가장 아끼는 사람들과 가장 멀게 느껴졌던 순간들

by 오월

내가 가장 편해야 할 공간이

가장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거실에 발을 디디는 것도,

방 문을 닫는 것도,

눈빛 하나에 상처를 받는 것도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집에 있어도 쉬는 기분이 들지 않았고,

늘 누군가의 감정을 맞춰야 하는

감정노동 속에서 지쳐갔다.


‘가족과의 대화는 언제나 목적 없이 맴도는 공기 같아’


점점 말을 아껴야 평화로웠고,

감정을 숨겨야 관계가 유지됐다.


이젠 가족과 함께 있는 집에서조차

마음은 늘 긴장 상태였고,

편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더 숨 막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집은 더 이상, 쉬는 공간이 아니야’


소리 내어 웃기도,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 말하기도 조심스러워,

눈치를 보며 문을 닫고,

그 안에서야 비로소 나로 살 수 있었다.


감정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너짐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외롭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왜 내 존재는 늘 조심스럽게 느껴질까?


이런 질문들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매일 책을 읽었으며,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회복해 나갔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그 시절을 지나왔기에

나는 더 섬세하게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고,

누군가의 아픔에도 쉽게 무심해지지 않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은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가장 깊은 뿌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무너졌던 시절에게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무 힘들었지? 그래도 잘 견뎌줘서 고마워."

"그때의 너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나를 지켜내고 있어."